편지 부부싸움

↑ 풍어제 - 귀신도 돈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삼척지방)
나이를 먹으면 나가기만 하던 세벳돈이 살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대개 손자들에게 주는 세벳돈은 기껏 만원 단위인데 아들 딸들이 노부모에게 드리는 설날 세뱃돈의 단위는 그것의 열배는 됩니다. 대부분의 자녀들은 노부모에게 그것을 각각 드리지 않고 한꺼번에 드립니다. 세뱃돈 때문에 벌어지는 노부부의 부부싸움 한 번 들여다 보시겠어요?
여보, 애들이 준 세뱃돈 나하고 반씩 나눌 거지요? 나한테 준 건데 그걸 왜 당신하고 나눠? 아니 손자들 세뱃돈 줄 때는 한 푼도 안보태더니 받은 돈은 혼자 독식해요? 당신이 내게 워낙 용돈을 짜게 주는데 세뱃돈 보탤 돈이 어디 있어? 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 돈 아껴서 내 혼자 썼어요? 어쨋거나 이 돈은 애비가 안 됐다고 내게 준 거니까 나눌 이유가 없는 돈이야.
화가 난 할머니는 기름진 설 음식을 먹었더니 소화가 안된다고 집을 나섭니다. 할머니가 온 종일 집 밖에서 보내고 해가 질 무렵에 집에 들어가자 할아버지는 식탁 위에 세뱃돈 봉투를 팽개치다시피 내놓고 할머니에게 다 가져가라고 소리지르며 저녁도 안 먹겠다고 선포합니다. 할머니는 그 봉투 다 챙겨 넣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혼자 저녁을 먹습니다. 할아버지와 다른 방에서 자고 나온 할머니는 아침 밥상에도 나타나지 않은 삐짐 할아버지를 보고 잠시 후회를 합니다.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던데 내가 너무했나? 내년에는 애들 보고 봉투 두 개에 나눠 담아오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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