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송년회


↑ 겨울 바다 - 겨울 바다는 4계절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어 즐겁습니다.

엊저녁 친구들 스물댓 명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면서 송년회를 했습니다.
우리를 40년 가까이 하나의 끈으로 묶어 온 것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당연히 ROTC 11기, 포병장교 그리고 통역장교였다는 공통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제 내린 결론은 우리의 그러한 공통점이 아니었습니다.
그 정도의 공통점을 가진 모임이 어디 하나 둘인가요?
폭넓은 대화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두고 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조금은 저속한 농담에서 고담준론과 전문적인 지식까지...

우리들 모임에 대화의 폭이 넓은 이유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지식이 풍부해서가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지식은 보통사람들과 대동소이합니다.
다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함으로 해서
친구들 전체가 가진 지식의 폭이 넓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방 하나 가득 앉은 친구들 중에 누구 한 사람이
얘기를 하게 되면 나머지는 모두 듣는 사람이 됩니다.
조용하니 저 끝에 앉아 얘기를 해도 이 끝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흔히들 가는 노래방 대신
전통찻집에 앉아 나눈 우리의 얘기는 끝이 없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송년회가 남아있으시죠?
말하는 송년회가 아니라 듣는 송년회를 계획해보세요.
한 해를 보내면서 제법 풍성한 지혜를 얻게 될 것 같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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