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잉어빵

행복한 잉어빵


↑ 명성산 갈대 - 쓸쓸한 산이 아니라 쓸쓸함을 느끼는 산이다.

"아저씨, 붕어빵이 천원에 3개면 좀 비싼 거 아닌가요?"
"붕어빵이 아니라 명품 잉어빵입니다."
"붕어빵이 아니라 잉어빵이라고요?"
"그럼요. 잉어빵이죠. 붕어빵하고 질적으로 다르지요."
"뭐가 다른데요?"
"명품 잉어빵엔 찹살이 35%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팥이 꼬리까지 들어 있어요.
잡숴보세요. 맛을 보시면 알아요."

엊저녁 압구정동 뒷골목에서 만난 잉어빵은 정말 명품이었습니다.
쫄깃쫄깃 찹쌀 맛이 도는데다가 꼬리끝까지 팥이 들어있어
끝까지 달콤한 명품의 맛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잉어빵과 잉어빵 만드는 아저씨가 참 행복해보였습니다.
별로 행복할 여건은 아닌 듯했는데...
오늘 새벽 잉어빵과 아저씨의 얼굴이 다시 떠 올랐습니다.
잉어빵과 아저씨가 제게 행복이 뭔지 생각이 나게 해주었습니다.

행복한 잉어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행복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행복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서 많은 돈을 날리고
공황상태에 빠졌다는 분에게 전해줄 말이 생각났습니다.
"불행을 느끼는 사람은 있어도 불행한 사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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