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기르기

뿌리 기르기


↑ 풍기 사과 - 잡초와 함께 자라고 있는 것이 마치 야생 사과처럼 보입니다.

며칠 전 신문에서 일본 아오모리 현의 '기적의 사과' 얘기를 읽었습니다.
그 사과로 만든 사과수프를 곁들인 프랑스식 코스 요리가
도쿄의 한 식당에서 자그마치 2만 엔(약 27만 원)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비싼데도 예약이 6개월이나 밀려있다고 합니다.
기무라 아키노리가 키워낸 이 사과나무는 태풍에서 80%가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달려있는 힘이 있다고 했습니다.
1991년 태풍에 같은 지역 사과나무는 96%의 사과가 떨어졌었답니다.

그는 나무를 키운 것이 아니라 나무뿌리를 키웠더군요.
산속 환경처럼 과수원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도록 내버려두고
죽은 흙이 되지 않게 하여 '눈물 나게 맛있고, 몸에 좋은 사과'가
달리는 사과나무를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
그는 사과나무 줄기와 가지를 키운 것이 아니라 뿌리를 키운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과나무의 뿌리가 3미터인데 비하여
기무라씨가 키운 사과나무 뿌리는 20미터나 된다니까요.

며칠 전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선배네 집에 다녀왔습니다.
선배가 키운 배추는 크기가 다른 배추의 배는 되었고,
노란 속이 그렇게 단단하게 꽉 차 있을 수 없었습니다.
노란 속을 한잎 베어물었더니 달콤한 향기가 입안 하나 가득했습니다.
똑같은 배추 종자를 심었던 동네 사람들도 모두 감탄했습니다.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비결은 배추잎을 키운 것이 아니라 배추 뿌리를 키운 것이었습니다.
밭 이랑을 다른 배추밭보다 이랑을 두배는 높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밭을 깊게 갈아 뿌리가 마음껏 자라도록 도왔던 것이지요.
그래서 지난 여름 그렇게 비가 많이 왔어도 쓸려가거나 썩지 않았습니다.

예쁜 꽃을 피우려면 뿌리를 잘 길러야 하는구나...
실한 열매를 원하면 뿌리를 잘 길러야 하는구나...
생명의 힘은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아침편지를 쓰다보면 새로 깨닫는 진리가 있어
매일 아침편지를 쓰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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