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김무일
저녁 노을 끝자락, 겨울에 문턱
삭막한 들판에 훌로 남은 흔적들
가을을 노래하던 허수아비는
오늘도 팔 흔들며 서산을 본다
희뿌연 저녁 노을 서서히 기울고
여인의 눈섶 닮은 초생달이
텅빈 허공에 걸리면
발끝에 바스락대는 오동잎 소리
벌판을 바라보는 허전한 가슴은
두물머리 강 기슭에 적셔 내리고
겨울잠 기다리는 갈대밭 춤 사레는
하얀 물결에 하염없이 넘실대는가
달빛 그림자 동창 넘어 얼굴 내밀면
강변 따라 내달리던 삽살개처럼
유쾌했던 가을 추억 떠올려 보며
꺼져가는 등잔불 심지를 돋워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