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 김무일(13회)

by 종암동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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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김무일


 


 


저녁 노을 끝자락, 겨울에 문턱


삭막한 들판에 훌로 남은 흔적들


가을을 노래하던 허수아비는


오늘도 팔 흔들며 서산을 본다


 


희뿌연 저녁 노을 서서히 기울고


여인의 눈섶 닮은 초생달이


텅빈 허공에 걸리면


발끝에 바스락대는 오동잎 소리


벌판을 바라보는 허전한 가슴은


두물머리 강 기슭에 적셔 내리고


겨울잠 기다리는 갈대밭 춤 사레는


하얀 물결에 하염없이 넘실대는가


 


달빛 그림자 동창 넘어 얼굴 내밀면


강변 따라 내달리던 삽살개처럼


유쾌했던 가을 추억 떠올려 보며


꺼져가는 등잔불 심지를 돋워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