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꼬마리 - 낮이 짧아져야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밤이 길어져야 꽃을 피웁니다.
우습게도 파장(罷場)에 새로 전을 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격이 느긋한 사람이려니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나사가 풀린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을이 되고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대부분의 식물들은 낙엽을 떨구기 시작하며 겨우살이 준비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해의 길이가 짧아져야 비로소 부지런을 떠는 식물도 있습니다.
단일식물(短日植物, Short-Day Plant)에 속하는 도꼬마리가 그렇습니다.
콩, 담배, 코스모스, 국화, 나팔꽃도 그런 단일식물들입니다.
단일식물은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짧아야 꽃을 피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런데 요즘 새로 밝혀진 사실은 단일식물이 꽃을 피우는 조건이
밤보다 낮의 길이가 짧아야 하는 단일(短日)이 아니라
낮보다 밤의 길이가 길어야 하는 장야(長夜)라는 것입니다.
꽃을 피우는데 필요한 조건이 밝음이 아니라 어둠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단일식물이 아니라 장야식물(長夜植物)이라고 해야 맞겠지요?
식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들 중에도 단일인간이 있습니다.
단일인간은 해가 길어 뭐든지 할 수 있던 때는 실컷 노는 듯이 보이다가
일을 거둬야 할 시점에 있는 힘을 다해 난리를 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은 준비할 밤이 충분할 때에 그 능력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루하루 대기만성을 실천하면서 사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도꼬마라기 꽃을 피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둠이듯이
나팔꽃이 어둠을 거치지 않으면 꽃을 피울 수 없듯이
우리에게 어둠은 인생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거름입니다.
불암산의 새벽 어둠을 살라먹고 환하게 동이 터오를 날을 기다립니다.
오늘따라 도꼬마리처럼, 동이 트면 꽃을 피울 생각에 가슴이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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