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바다에서 감정을 건져라
잘 먹고 건강하며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행복은 험악한 세상에서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은퇴를 통해 삶의 깨달음과 인생의 뿌리를 찾게 된다면 이 또한 특권이자 기쁨이라고 할 수 있다.
와다 히데키라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는 오랫동안 고령자 환자들을 임상 실험한 결과 인간이 노화되는 원인을 밝혀냈다. 이 임상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노화란 지력이나 체력에 앞서 우선 감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80대 노인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등산과 마라톤을 즐기며 훌륭한 연구 업적은 보인 반면, 50대도 안된 사람이 골방 노인처럼 축 쳐져서 지내는 사람을 주위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나이 든다는 것이 체력이나 지력이 쇠퇴하기 보다는 감정에서 먼저 늙어 버린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늙은 사람의 뇌를 조사해 본 결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보다 감정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위축되어 있다.
‘요즘 젊은이를 도통 이해할 수 없어’, ‘나도 왕년에는 대단했지’, ‘해보나 마나 안 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라는 말을 하는 순간 당신은 노인의 반열에 서게 된다.
정부나 기업도 은퇴 이후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개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 사회의 불확실과 정책의 실효성과 가치에 대한 논쟁이 커지면 그 여파 또한 증폭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정책의 방향이 개개인의 자립의지를 높여주고 절망의 바다에 빠진 은퇴자들에게도 대접 받을 수 있다는 감정을 찾아 주었으면 한다.
따라서 정부의 은퇴 프로그램도 좌뇌보다는 우뇌를 중시하며, 육체보다 감정을 치유하고, 보수보다 인정을 우선시 하며 이론보다 실천적인 참여적 고용 정책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유엔에서 정하는 노인의 연령은 65세이며 통상 중년의 시기란 젊은 층과 노년의 중간층으로 40대 50대를 지칭한다. 이 나이는 일을 놓기에는 너무 이르고,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하기에는 곤란한 애매한 나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미 베이비 붐 시대의 위기가 닥쳤다. 하지만 중년의 위기란 것이 불가피한 과정이 아니라 얼마든지 심리적 경제적인 교육을 통해 혼란이 아닌 성숙의 과정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베이비 붐 시대 사람들은 은퇴에 대한 준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변해야 한다.
이전의 베이비 붐 세대들이 설정했던 목표이기도 한 출세 지향, 성적 욕망, 공격적 사랑의 쟁취, 질투와 비난, 비교 의식의 팽배함을 수정해야 하는 것이다.
기껏 목표란 것이 배고프지 않고, 남에게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소아적 병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다고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일을 당장 그만두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일을 발전시켜 전문성과 글로벌화 시키며 이전의 성공지상주의와 돈 벌어 빌딩 짓겠다는 물질만능 주의에서 탈피해 사업을 통해 자신의 탤런트(재능)를 활용하여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겠다는 사명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역사적으로 볼 때 현대인들의 생물학적인 수명은 점차 늘어나겠지만 사회적 활동 수명을 줄어드는 불행한 시대라고 본다. 사회와의 빠른 격리로 인하여 사실상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정부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첫째 감정을 치유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양성했으면 한다.
실적위주로 외형적 규모가 큰 대형 교육 기관에 교육을 배정하는 무성의한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 과연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이 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고 예산을 지원해야 교육의 효율성과 동시에 국가적 낭비만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둘째, 작은 월급이지만 꾸준히 나올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었으면 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젊은 사람이 하는 것은 낭비이다. 창의성이 필요하지 않은 일들은 중년층으로 이관 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유소, 톨게이트비 정산, 여행 가이드, 주차 관리, 경비, 봉사직 혹은 기존직장에서 월급의 1/2을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경우 등이다.
셋째, 외국으로 중년층들을 많이 보내야 한다.
세계는 우리의 전문지식과 건강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 불필요한 경쟁으로 제한된 파이를 뜯어 먹기 식은 곤란하다. 카우보이 속담에 “탈 수 없는 말도 없고 낙마하지 않은 사람도 없다”고 한다. 비록 적은 급여와 열약한 환경일지라도 일을 통한 자아 발견과 자기 존중의 의식을 교육시켜 미래 직장이 될 해외로 나가도록 해야 한다.
은퇴를 나이 드는 재미와 경쟁력 향상의 도전장으로 삼는 원년으로 삼는 것도 어떠할까? 진정 나이가 장애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용기 없고 도전의식이 없을 때 문제가 된다.
생존을 위하기보다는 세상 변화를 즐기기 위해서라도 도전을 멈추지 말라. 은퇴가 젊음을 잃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가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제 2의 인생이기도 한 은퇴를 ‘새로운 희망의 권리’로 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