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고의 기회
올해 열린 다보스포럼의 주요 주제는 세계경제 회복 시나리오, 아시아로의 힘의 이동, 조기 출구 전략 반대, 금융규제 논란, 위기 후 뉴 노멀 등의 소프트한 주제들로, 포럼은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낙관적인 분위기였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G20 정상회의 개최국 및 의장국으로 지난해 말 400억 달러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성공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으로 합류하게 돼 국가적 위상이 한 층 높아졌다.
또한 세계적 금융 위기에서 가장 먼저 흑자 성장을 이룩하였고, 도요타의 몰락 조짐에 따른 반사이익까지 바라보게 되는 국운상승의 전환기를 조심스럽게 점치게 만든다.
하지만 고용 없는 성장과 경기 회복, 청년 실업 침체(recession), 시니어들의 대량 은퇴는 고용과 행복의 적신호로 향후 전망을 밝게만 볼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올해부터 전후(戰後) 베이비붐(1955-63년에 태어난 712만 명, 총인구의 14.6%) 세대들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는 원년(元年)이다. 만일 이들을 성장 동력 자원으로 재활용하지 못한다면 경기 회복 지체 및 사회 안정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회사의 정년은 55세로, 50+ 세대에게는 은퇴라는 생애 최초의 분기점을 맞이하게 된다.
은퇴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상반된 두 부류를 예상한다.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은퇴를 질병과 같은 마이너스 관점에서 바라보고 당황, 걱정, 불안감으로 떠는 경우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의식이란 ‘아직도 몸도 나이도 젊다. 자식들 모두 결혼도 못 시켰고, 부모님 모시는 일 등 돈 쓸 일이 한참인데 벌써 은퇴하다니’라는 자학 및 자신감의 결여이다. 혹은 현실을 비관하고 이런 위기를 남 탓으로 돌리는 소극적인 사람들이다. 이들 대부분의 경우 은퇴에 대하여 미리 준비하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일 것이다.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야호!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제 자유를 얻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인생이 되었구나!”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여기에 속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는 항상 소수의 몫이 아니던가?
이들은 직장 초기부터 은퇴 준비를 하였을 것이고 은퇴를 인생의 한 번만 인정하고 더 이상의 은퇴 없는 인생을 가꾸려는 긍정적 부류의 사람들이라 생각된다.
모든 위기 후엔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오직 자신의 몫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너나 할 없이 가난에서 출발하였다. 오직 가족들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으며 남은 자산이라고는 ‘집 한 채와 주름살’뿐인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현재의 늘어나는 평균 수명을 감안 할 때 3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수입은 끊기고 일이 없어진다는 자체가 절망일 수 있다.
어느 나라의 임금이 핑크 빛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세상 모든 것을 핑크 빛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하늘의 색만은 어떻게 할 수 없어 고민을 했다. 많은 학자들이 모여 연구 토의한 결과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하였다. 다름 아닌 왕에게 핑크 빛 안경을 쓰게 하면 세상의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도 핑크 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은퇴를 아름답다거나 혹은 추하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 행복저울의 바늘은 평소에는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가 행복이 불행보다 단 0.1%라도 많게 되면 행복하게 되며, 그 반대가 되면 불행으로 기운다고 한다. 행복과 불행도 결국 마음가짐에서 나오며 은퇴 역시 생각의 전환과 차이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은퇴에 대한 정답은 없다.
본인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자신이 먼저 바꾸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인생 사이클을 나누게 되면 성년이 되기 위한 준비기간(1- 29세). 일하는 제 1의 인생 (30-60세), 제 2의 인생-세컨드 라이프(61-90세)로 나눌 수 있다.
제 2의 인생도 제 1의 인생 못지않게 중요할 뿐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길다. 제1의 인생에서 성공 했다고 해서 제 2기 인생을 보장할 수도 없으며 제 2의 인생은 지나온 삶의 패턴과도 전혀 다르다. 제 1의 인생에 성공한 사람일지라도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면 오히려 승자의 덫에 빠질 확률이 높다.
빛의 속도로 다가오는 변화의 물결을 무리하게 예측하거나 두려워하기 보다는 일단 즐기는 편이 낳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살았더라도 지금은 내가 자신을 사랑하고 유일한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
제 2의 인생에 대한 새로운 비전 수립과 자기 주도적, 긍정적 마인드, 전직 교육을 충실히 하며 무엇보다도 '내려놓는' 연습을 했으면 한다.
은퇴[隱退]를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설명한다.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 을 뜻한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RETIRE로, 다시(RE) 바퀴(TIRE)를 갈아 끼운다는 합성어이다. 즉 은퇴란 ‘일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새 출발’하라는 의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을 놓는 시기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은퇴를 제 2의 인생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세월을 아껴야 할 것이다.
지난 세월 동안 어찌하든지 묻지도 말고 기억하지도 말고 과거를 자유롭게 놓아주자. 은퇴를 아름답게 어루만져라.
분만실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아이를 기대하는 마음처럼 은퇴도 설렘과 새로운 기회임을 기억하자.
은퇴가 이전 세상보다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하다면 어찌 은퇴가 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