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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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용시인 생가를 다녀 와서,,,                    청초    
                    
      올봄은 내내 몹씨도 가물던 날씨었다.
      성악가 박인수 교수가 불러 일약 우리 들에게 알려 지기 시작한 가곡 '향수'의
      노랫말을 지은 시인 정지용의 옥천 생가를 찾아 가 보기로 한 날이다.  
      일기예보에서는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알린다. 서서히 여명이
      밝았다. 비는 오지 않는다. 비록 우리가 비를 흠뻑 맞는 한이 있더라도 비는
      내려야만 된다. 전 국민이 얼마나 열망하던 비인가...

      한결회에서 모이기로 한 압구정역 현대 주차장에는 이미 노란색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시간이 되자 오기로 한 인원은 모두 승차
      완료. 버스는 우리를 싣고 그 육중한 몸체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 했다.

      그래도 아직 비는 오지 않는다. 대전이 가까워 오자 드디어 솔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미 각오를 하고 떠난 우리는 이제 이쯤 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옥천에 도착하였다. 언듯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부인
      육영수여사의 생가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빗속에 찾아 들어간 정지용 문학기념관에는 그의 발자취가 잘 보전 되어 전시
      되어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검정 두루마기를 입고 안경을 낀 사람이 걸상에
      점잖게 떡 앉아 있어서 우리 모두는 깜짝 놀랐다. 벽에 걸린 생전의 사진 속의
      그를 닮은 그의  밀납 인형 옆에 모두 모여 앉아서 우리는 우선 디카에
      기념사진을 담았다.

      문학전시실에는 정지용 문학을 만날 수 있도록 지용연보 지용의 삶과 문학을
      지도를 하고 있었다. 정지용의 시, 산문집, 정지용시집, 백록담, 지용시선,
      문학독본, 산문등의 초본들이 보물처럼 소중하게 보관 전시되고 있었다.

      지용이 활동했던 동시대의 유명 작가들로부터 우리들에게도 친근한 김소월
      이상화 오상순 서정주 조지훈 윤동주 김영랑 이상 이효석 박목월 이상
      한용운의 면모도 잘 볼 수 있도록 벽면에 모두 소개되어 걸려있다.
      정지용은 1950년 6.25동란 때 북한정치보위부에 의해 납북 된후 그의
      행적과 생사를 가늠할 수 없이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그의 작품들을
      접할 수 없다가 1988년에서야 햇볕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지용의 삶과 문학에 대한 안내에서는 그가 1902년생이고 십칠,팔세때인,
      소년시절 동안(童顔)의 사진으로 부터 그가 한창 활약했던 시대별 사진들이
      소개 되어 있다. 마흔 여덟살까지 살았는지 그후 사진은 더 이상 걸려 있지
      않다. 6.25동란때 피납되던 년대와 일치한다. 그 이후 그의 활동 상황은
      미궁으로 들어가 더 이상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정지용 시인만큼 파란 만장한 시인은 드물다. 헌대 시(詩)의 아버지라는
      호칭도 듣고 있지만 한동안 그는 남북문학사에서 동시에 사라져 버리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역시 냉전 구조라는 이데오로기적 측면
      때문이었다. 남한 문학사에서는 그가 월북 문인으로 오해되어 문학사에서
      거론 될 수 없었고 북한 문학사에서는 모더니즘 작가로 평가되어 아예
      언급되지도 않았다.) 이상 참고 문헌은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 정지용
      문학포럼}중에서 ...옥천군 *옥천문화원 *지용회 중에서...


      우리 또래는 전후 혼돈기 속에 학창시절을 보내야만 되었다. 잘 알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린 한 시인이 된것에는 이런 알려지지 않은 사연이 있었다.
      1971년 그의 부인 손재숙여사가 은평구 역촌동 자택에서 별세 할 때 까지의
      내력이 소개 된것을 보면서 그가 옛 문헌상의 전설 속 인물이 아닌 거의
      우리와 동시대를 숨쉬며 살았었다는 사실이 새롭다. 전시되어 남아있는
      문집들은 손때가 묻고 낡았다. 책의 장정(裝幀)도 어린이 동화집처럼
      어수룩하다. 순진하여 세련되지 못했다.

      그점이 더 그 시인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일게 한다. 그가 생전 다듬고 온갖
      정성을 기울였을 책이라 생각하니 더욱 그러하다. 시인이 우리 곁을 바람결
      처럼 스치듯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허탈감 마저 안겨준다.

      지난 2002년이 그의 탄생 100주기였다는 벽면의 사진 설명을 보면서 우리
      곁에 머무르면서 천수를 다 하였다면 주옥같은 더 많은 작품을 남겼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문학과 문단에 지대한 영향과 공헌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커다란 아쉬움과 알 수 없는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그가 태어나 14살까지 살았었다는 옥천에는 그의 자취는 별로 찾을 길은 없었다고
      한다. 시인의 기념관 바로 옆에 1966년 진흙 벽에 초가지붕을 얹인 그의 생가(生家)는
      다시 복원 되었다. 한약방을 했던 그의 아버지의 작았던 원래의 생가 보다 조금 더
      크게 복원 되었다. 집 주인의 사연을 알기나 하는지 뜨락 앞 사립문 옆에 이름 모를
      나무에 흰 꽃들이 막 피어나기 시작하여 방문객들의 쓸쓸한 심정을 조금이나마
      위로를 해주는 듯 했다.

      그의 시(詩)에서처럼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는 토담 아래 둘레에는 머우를  
      무성하게도 심어 놓았다. 집 주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기나 하는지...
      정겹게 생긴 둥그란 머우이파리가 새 봄날 비를 흠뻑 맞아 싱싱하게 크고 있다.
      한것 시골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정지용 생가)

      (2) 마당이 넓은 집 ( 음식점)          
                


      점심으로는 '마당이 넓은 집' 이라는 민속 음식점에서 간결한 산채나물
      점심을 먹었다.  기와를 인 고색이 창연한 솟을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손질을 안한 넓다란 마당 구석구석에는 크고 작은 장독들이 줄비하다.
      고택(古宅)에 온 느낌이 몸으로 확 닥아 온다.

      그처럼 기다리던 비를 이곳에서 만나고 보니  오래 된  옛날 집의 기와
      지붕에서 뚝뚝 떨어지는 낙수(落水)가 이 고택(古宅)의 운치를 더하고 있다.
      이곳에는 누구라면 알만한 문인들이 종종 즐겨 찾아와서 며칠씩 머물고
      간다며 집 주인이 자랑삼아 은근히 귀뜸을 한다.

      빛 바랜 종이 한지문 때문인지 조금은 어두침침한 안방에서 옛 선조들이
      그리했듯이 비 오는 날 낙숫물소리를 들으며 밥상에 둘러 앉아 맛깔스런
      점심을 먹는 그 운치란...

      식사 후 넓은 마당을 가로 질러 한참을 걸었다.
      옮겨 앉은 곳은 사방이 촘촘한 문살 종이 문이 아늑한 정자 안에서다.
      요즘에야 흔한 것이지만 뜻밖에 고가(古家) 분위기에 영 어울리지 않는
      피아노 한 대가 낭만소설 속의 한 장면 처럼 놓여있다. 우리 선후배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유치원생들 처럼 동요도 부르고
      재미있는 재담과 격의 없는 담소를 나누었다.

      삼백년이 넘었다는 이 고가(古家)는 지은 후 한번도 개축을 한적이 없다고
      한다. 모두 옥천의 풍부하고 질이 좋은 소나무를 재목(材木)으로 지어서
      삼백년이 넘도록 끄떡없이 잘 보존 되어 있다고 한다. 소나무의 송진들이
      벌레 먹는 걸 방지 해주고 더러는 재목을 소금물에 담궜다가 말려서 썼으니
      벌레들이 범접(犯接)을 못했던 것이라 한다. 새삼 우리의 조상들의 지혜에
      머리가 숙여진다.  옛날 집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게 많은 어떤 회원이
      집주인의 소상한 설명을 듣고 그대로 전해 주었다.

      넓은 마당을 나서며 보니 집안의 구석구석 절구, 맷 돌, 고색이 창연한 기왓장
      등이 오랜 세월을  넘어 숨을 쉬며 기다렸다가 우리를 반기는 듯  널려 있다.
      상상외로 옥천은 오래 된 전통 기와집들이 여기저기 산재 해 있어 충청도의
      고도(古都)처럼 향긋한 향기가 서린 고장이었다.

      비는 아직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못 다한 고향 방문을 마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먼길을 떠나야 되는 것 처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우리는 집으로
      향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09년 4월18일





      시.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계간 수필춘추 2009년 여름6월호에 게재(揭載)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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