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하루 사이에 겨울 날씨가 되어 버렸습니다.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가 된다니 잊지 마시고 겨울 복장으로 외출하세요.
이런 날 점심 메뉴로는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가 제격이지요.
국문학자 조윤제님은 그 유명한 은근과 끈기라는 글에서
김치찌개를 이렇게 예찬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도 김치 찌개가 가히 주식물이 되겠으나
이들은 모두 여러 가지 조미를 뒤섞어 만들어서
거기서 우러나오는 맛은 은근하여 그 버무린 자료의
개성적인 맛은 본대 없지마는 그것도 영영 없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은근하게 남아 있어 향기롭다. "
정말 그렇습니다.
방금 끓인 김치찌개가 맛이 좀 없다 생각이 되면 끓이고 또 끓여 보세요.
어느새 김치찌개의 어우러진 맛이 서서히 나타나게 됩니다.
푹 끓은 김치찌개의 맛은 부두에서 들리는 은은한 뱃고동 소리와 같습니다.
자동차 경적처럼 경망스럽지도 않고,
기차의 기적처럼 우렁차지도 않은 뱃고동 소리는
언제 들어도 은근하게 심금을 울려주는 평화의 소리인 것처럼
김치찌개 맛은 아무리 입맛이 떨어져도 밥맛을 돋우는 은근한 맛을 자아냅니다.
뱃고동 소리가 매력이 있는 것은 바닷의 소리이기도 하지만
특이한 저음의 매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파장이 짧은 고음이 아니라 파장이 긴 저음을 사용해야 멀리서도 들리는 것처럼
누구에겐가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뱃고동처럼 낮은 소리로 말해보세요.
김치찌개처럼 깊은 맛의 마음으로...
▽ '겨울풍경' - 메밀꽃... 봉평... 허생원... 조선달... 동이... 나귀... 그리고 물레방앗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