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하다보면 김치 담그기에 좀 험한 배추잎들이 남습니다.
또한 무를 잘라내고 남은 푸른 무청들도 많이 남게 됩니다.
그걸 엮어서 그늘진 흙벽에 걸어 말리면
겨우내 시래기나물, 시래기국, 시래기 된장찌개가 되어 우리의 미각을 돋우워 줍니다.
그늘에 말린 시래기는 엽록소가 파괴되지 않아
겨우내 우리에게 비타민 B와 C의 중요한 공급원이 될 뿐만 아니라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 또한 일품입니다.
김치 재료에 못 끼고 걷어내쳐진 배추잎이나, 총각김치에도 못끼고
잘라진 무청도 주인을 잘 만나면 시래기가 되고 주인을 잘못 만나면 쓰레기가 됩니다.
김치같은 상큼하고 깔끔한 인생도 인생이지만,
쓰레기 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일만 아니면
시래기 같은 넉넉하고 구수한 인생도 살 만한 인생입니다.
▽ '소머리와 생선과 차 & 식사' - 한탄강가의 식당 겸 카페의 시래기 해장국은 일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