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부터 내 추석빔을 만드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 어제는 날씨가 쾌청이라 이제는 드디어 날씨가 개이려는가 했는데도 밤새 어디서 구름이 몰려왔는지 또 아침부터 비가 쏟아진다. 정원에 쏟아지는 비를 맞고 추레해져 버린,이제 막 피어나는 들국화와 구절초가 가엽다. 자그마한 꽃 한송이 한송이가 모여서 한아름 꽃다발을 만드는 보라색 들국화 무더기가 마당 한옆을 차지하고 있고 진한 다홍 빨강색의 석산화도, 각가지 종류의 봄꽃들이 모두 져버린 야생화들 사이에서 그 화려함을 뒤늦게 뽐내고 있다. 큰 나무 그늘 밑 가지 사이로 물총새 모양 색깔이 아주 예쁜 처음 보는 고운색 새 한 마리가 찌리릭 찌리릭 우짖으며 이 가지에서 저가지로 옮겨가며 갸웃 갸웃 한참을 울더니 딴곳으로 날라 갔는지 지금은 조용하다. 비가 오는 것은 자연속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연현상이다. 그러나 올해는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를 어이없게 하며 비가 쏟아진다. 지구의 허파라는 남아메리카의 밀림이나 아프리카의 우림지역에 있는 오래된 큰 나무들을 마구 베어낸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큰 홍수 같은 이변들을 보면서 인간들에게 주는 신의 경고나 아닌가 ... 하고 조금은 걱정도 된다. 어제 우리 7회 여자동창 모임이 끝나서 혜어진 뒤 몇몇 친구와 함께 근처 구청직거래 장터에 무슨 물건들이 나와 있나하고 들러 보았다. 올해 같은 궂은 날의 연속인 날씨에도 새빨갛게 익어서 말린 햇고추며 빨갛게 잘 읶은 싱싱한 사과며 샛노랗고 맑안 빛으로 맛갈스럽게 익은 배들하며, 우리가 빗속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에도 자연은 티도 안내고 자기가 할일은 다 하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고추값은 작년의 배 수준, 모든 농산물 값이 많이 비싸진것 같다. 이제 주부들의 허리가 좀 더 휘어 지게 생겼다. 상인이 맛 좀 보라고 권해서 먹어 본 한 조각 사과의 맛은 사각사각 하고 달기도 하다. 물론 값은 비싸다. 품종 개량으로 우리들로서는 이름도 생소한 품종이다. 친구들은 송편 속에 넣는다며 너도 나도 풋콩을 한단씩 사들고 무거우니 풋콩의 대는 버리고 콩 꼬투리만 가지고 가자고들 한다. 싫든 좋든,서민이 힘이 들던 어떻든간에 이제 추석은 내일 모래로 다가왔다. 공연히 마음이 어수선하고 바쁘다.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에는 한달 전쯤부터 어머님께서 추석빔을 만드시느라고 지금 생각하면 분홍색이었던것 같은 저고리감을 무릎 위에 올려 놓으시고, 실눈을 하고 가느다란 실을 바늘귀에 끼시고 화로에 인두를 꽂고 저고리의 앞섶을 달고 깃도 달고 동정을 다리시기 위해 너무 뜨거우면 저고리 천이 눌어버리니까 물수건에 인두를 조금씩 대어 보시고 얼굴 가까이 대어 보면서 적당히 뜨거운가 가늠하며 추석빔을 만들고 계실 때 그 머리맡에 앉아서 마른침을 삼키면서 내 옷이 예쁘게 잘 만들어 져야 할텐데 하고, 머지않아 찾아올 추석에 대한 기대와 즐거움으로 가슴 두근거리던 옛날 일이 파노라마와 같이 내 눈앞에 어른거린다. 이제 어머님은 이미 오래전에 고인이 되셔서 그 그림자만이라도 뵙고 싶어도 이제는 이 세상 어느곳에서도 뵐수가 없으니 더더욱 그 시절이 그리웁기만 하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 내가 결혼을 하여 세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추석 때면은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비싸지 않더라도 새로 추석빔들을 사서 새 옷을 입혀 놓고 이리로 와 보아라 저리로 가 보아라 하면서 처다 보며 즐거워 했던 일들.... 송편을 빚기 위해 쌀가루에 끓는 물을 부어서 익 반죽을 해서 조그만 양푼에 담아 놓고 삥 둘러 앉아서 제가끔 좀 빚어 보라고 하면 도깨비 얼굴같이 뿔과 코를 삐죽하게 붙여서 빚기도 하고 병아리도 만들고 물고기도 만들고.... 부처님 귀 같이 크게 만들어서 속도 터지게 많이 넣어서 빚어서는 준비 해 놓은 밥상위에 제가끔 주욱 늘어 놓고 보면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가까운 산에 가서 솔잎을 미리 따다 꼭 준비해 두거나, 조금을 사서라도 송편 사이사이에 골고루 얹어 놓아서 솔잎 향기가 솔솔나게 해서 쪄서 먹곤하던 이런 멋스러움을 이제는 힘도 들고 만들 나의 아이들도 다 커버렸다.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세태속에, 이제는 어른이 되어 버린 나의 아이들이 바쁘다는 구실로 저의 어린 아이들과 더불어 송편을 빚어 보기나 할런지 궁금하다. 어이하여 오늘도 하루 온종일 그치지 않고 비는 이렇게 내리고 있는지... 이러다가는 올해 한가위 보름 달을 볼수나 있을런지 ..... 2003년 9월 9일 씀 07년 음 8월 추석에 청초 (토란 나무) |

1970.01.01 09:33
한달전 부터 내 추석빔을 만드시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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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우리 선농문우회를 소개하는 게시물을 선농게시판에 실었습니다.이쁘게 올라가지 않아서 무척 애를 먹은 작품입니다. 혹시 오자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음악이 아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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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후배님 추석은 잘 지나셨어요?^^선농게시판에 들어가보니 신세대답게 예쁜 선전게시물을 잘 쓰시고 음악도 좋고 다 잘 하셨습니다.다만 어째 우리들의 넙적한 얼굴이 갸름하게 수정?되었더군요^^.혜원님을 비롯 뒤에 들어오신 신입회원님들의 얼굴이 빠진게 아주 유감이었습니다..게시물 아래에 이글을 실을려다 우리끼리 이야기이기에 부득이 이곳에 썼습니다.후배님!!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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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선배님도 추석은 잘 지내셨지요? 울카페에 그림으로 인사를 드렸기에 그만 --- 실수했네요. 울카페를 소개하는 게시물 작업이 워낙 복잡해서 거기에 치중하다보니 --- 이해해 주시겠죠? 선배님들 얼굴은 잘 다듬으면 저렇게 갸름하게 이쁘게 올라갈 수 있어요. 신입회원들의 얼굴은 제가 나가서 디키로 찍어서 추후 올려 드리겠습니다. 글 마디마디에 배어있는 선배님의 후배 사랑에 무지 감동을 받았습니다. 옙, 저도 후배 사랑을 실천하겠사와요. ㅎ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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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회 후배님 마침 다른 음악이 실린 글이 있기에 바꿔 실었드니 잘 올려 졌습니다. 매번 애써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