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우리 집 마당의 능소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작년엔 아주 적은 양의 능소화가 그것도 아주 늦 여름에 피어.
나를 애타게 하더니. 올 해는 작년보다 많이 이르고 능소화 꽃망울도 아주.
탐스럽게 많이 달려 바라보기만 해도 좋아서 입이 절로 벌어진다.
능소화는 주홍색의 통꽃으로 아주 귀품있고 우아한데, 실제로 예전엔.
양반집에서만 키워서 양반꽃이라고도 한단다..
덩굴식물이라 잘 크고 번식도 잘 되며 꽃은 좋은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능소화의 꽃말은 명예인데, 꽃이 질 때 시들어 추해지기 전에 통째로
깨끗하게 떨어져 붙여진 것이 아닌가 한다.
1998년 4월 경북 안동의 고성(固城) 李氏의 무덤 유물발굴에서 발견한
편지 '원이 엄마의 思夫曲'.
이 400년 전 애틋한 사랑을 나누었을 부부의 이야기를 소설가 조두진이
'능소화'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썼는데,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고 한다.
오늘 꽃망울을 터뜨린 능소화를 담아 보았다.
우리 집 담이 능소화로 뒤 덮힐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원이 엄마가 죽은 남편인 `원이 아빠` 관속에 넣은 애절한 편지
-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