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 이 꽃들을 되바치니
-심상덕-
어머니, 이렇게 소리 없이 부름을 용서하세요.
오늘 아침에 텔레비젼에서 35년만에 만나는 어느 어머니를 큰 소리로 부르는 걸 보았습니다. 꽃을 바쳐드리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내 어머니는 어디에 계신가요.
수정같이 맑은 눈을 제게 주셨건만 잘 닦지 못함을 힘찬 날개 건네 주셨건만 멀리 날지 못함을 바다같이 너른 사랑을 담아 주셨건만 실개울에서도 허우적 댐을 용서 하세요.
온갖 꽃들을 비옥한 어머니 가슴에 키워 제게 옮겨 심어 주시던 어머니, 지금 제 가슴 속엔 그 꽃들 곁에 이름 모를 잡초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자잘한 들꽃들이며 화려한 장미꽃들이며 향 짙은 수수꽃다리들이며 이 모두 어머님께서 제 가슴에 잘 심어주셨거늘 이제 잡초들에게 다칠까 두렵습니다. 제 아이들에게도 이 고운 꽃들 옮겨주어야 하는데...
어머니, 오늘 다시 이 꽃들을 되바치니 얼른 제 가슴속 잡초들을 거두고 맑은 물로 축이어 제 아이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고운 꽃들 옮겨줄 수 있을 때 큰 소리로 어머니 부르며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잠시만 아주 잠시만 넓고 고운 어머니 가슴 속에 키워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