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 이 꽃들을 되바치니

by Luckyduck99 posted Jan 01, 197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어머님께 이 꽃들을 되바치니


 


 


-심상덕-



어머니,
이렇게 소리 없이 부름을 용서하세요.


오늘 아침에 텔레비젼에서
35년만에 만나는 어느 어머니를
큰 소리로 부르는 걸 보았습니다.
꽃을 바쳐드리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내 어머니는 어디에 계신가요.


수정같이 맑은 눈을 제게 주셨건만
잘 닦지 못함을
힘찬 날개 건네 주셨건만
멀리 날지 못함을
바다같이 너른 사랑을 담아 주셨건만
실개울에서도 허우적 댐을
용서 하세요.


 


온갖 꽃들을 비옥한 어머니 가슴에 키워
제게 옮겨 심어 주시던 어머니,
지금 제 가슴 속엔 그 꽃들 곁에
이름 모를 잡초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자잘한 들꽃들이며
화려한 장미꽃들이며
향 짙은 수수꽃다리들이며
이 모두 어머님께서 제 가슴에 잘 심어주셨거늘
이제 잡초들에게 다칠까 두렵습니다.
제 아이들에게도 이 고운 꽃들 옮겨주어야 하는데...


 


어머니,
오늘 다시 이 꽃들을 되바치니
얼른 제 가슴속 잡초들을 거두고
맑은 물로 축이어
제 아이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고운 꽃들 옮겨줄 수 있을 때
큰 소리로 어머니 부르며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잠시만 아주 잠시만
넓고 고운 어머니 가슴 속에 키워주세요.





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