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란이 피기까지는 *

by youngoggi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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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꽃들이 피고지던 사월이 지나

      오월의 길목을 들어서는 순간

      화사하고 우아한 모란이 환한 얼굴로 나를 반긴다.


        우리 집 마당에 탐스럽게 핀 모란

        작년엔 아홉송이가 피었었는데

        올 해는 열두송이가 피었다.


          오월이 시작되는 날

          나를 반기는 너의 환한 미소

          너처럼 환한 얼굴로

          오월의 길목을 걸어가고 싶구나.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