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글을 익힌 칠순 할머니가 55년 전 사별한 남편을 그리며 쓴 편지글이 감동을 주고 있다. 맞춤법이 틀린 글자가 여러 군데지만, 할머니가 하고 싶었던 말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더 정겹다. 화제의 주인공은 남해 고현면에 사는 올해 일흔 다섯 살의 박상엽 할머니. 박 할머니는 남해군 문화체육센터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한글교실'에 참여해 글을 익혔다.
출품작 중에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입상작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 박 할머니가 적어낸 글이 애틋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꽃다운 18살에 결혼했던 박 할머니는 21살 되던 해에 남편을 잃었다. 한국전쟁 휴전선언을 불과 사흘 남겨두고 군대 갔던 남편이 영영 돌아오지 못한 길을 떠난 것이다. 박 할머니한테는 4개월 된 아들과 시부모가 맡겨져 있었다. 박 할머니는 농사를 지어 아들을 공부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부산 자갈치시장으로 가 장사를 하면서 아들을 공부시켰다는 것. 그 아들은 지금 은행 지점장으로 있는데 '착실하다'고 박 할머니는 소개. 글에서 박 할머니는 여보 당신은 55년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소라고 물은 뒤, 우리가 만나면 얼굴을 알아 볼 수 있을까요. 훗날 나도 당신 찾아 하늘나라 가면 나를 찾아 주소. 우리 만날 때까지 편히 계십시오라고 말했다. 함께 산 해는 3년이지만 55년간 떨어져 있었던 박 할머니와 죽은 남편. 박 할머니는 하늘나라에서 만났을 경우 얼굴을 알아 볼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도, 남편 더러 자신을 찾아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남해시대>는 박 할머니의 글을 소개하면서 그동안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처음으로 편지로 그 마음을 전해본다면서 55년의 세월을 두 장의 편지로 써내기가 부족한지 자꾸만 눈물이 맺혔다고 해 놓았다. 박 할머니가 쓴 글을 맞춤법에 맞춰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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