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쓴 사람의 의도대로 보여지지 않는것은 좋은 일이 아닙니다
먼저 최소한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서 원문을 올립니다.
편지 **산에게** 아직 그곳에 있는가? 처음 본 순간 부터 파뿌리 머리에 얹은 지금 까지. 타다닥~ 타다닥~ 발 소리 맞추며 뛰어 내려오던, 다듬어진 정원 보다 더 아름다운 돌이여, 들 풀이여, 구비 구비 산길이여. 매끈히 자갈을 안고 구르며 흐르던 맑은 물이여, 등을 대고 한시름 토해내고 싶은 奇巖이여. 그 모두를 품에 가두고 새 도 되고 나비 도 되고 다람쥐 되어 이 곳 저 곳 설움 접고 내 달리던 내 삶의 한 자락을 잡고 아직도 그곳에 쉬임 없이 서 있는가? **봄에게** 지나가 버리지 어찌 뒤 돌아 보는가? 미꾸라지 처럼 쏘옥 빠져 나와도 치마끝 한 자락은 그대에게 잡혀 버렸네. 겨울도 한참을 지나고 있네. 잡은 손 못 이기는척 그냥 있고 싶지만 어쩌란 말인가? 다시 그대가 온다면 나도 좋겠네. **겨울에게** 조금 천천히 와도 좋을걸 무얼 그리 서두르나? 온통 세상이 흰 빛으로 깨끗히 덮힐땐 내 얼마나 그댈 사랑 했었나? 그 찡!한 찬 바람이 봄이 다시 오는 것을 시샘 한다면 어찌 막겠는가? 그저 서두르지 말고 조금 천천히 오시게. **사람에게** 살아 오는 동안 지은 죄 없어도 웃 분들만 보면 주눅 들고 숨 쉬기 힘이 들었다. 내게 부어준 깊은 사랑 때문이었다고, 그리 알아도 되려나 모르겠다. 또, 살아 오는 동안 남아 있는 여유가 없어도 아랫 사람 들만 보면 모두 부어 주고 싶었다. 바보로 태어 나서 지금까지 철이 없어서 라고. 그리 알아도 되려나 모르겠다. 앞서 있던 깊은 인연 같은 그것이 뒤 돌아 서면 내가 퍼 주었던 헛 사랑 이었다고. 지금에야 부질없는 정이었다고 그리 말해도 되려나 모르겠다 **친구에게** 한 날 한 시에 오지도 않았으니 한 날 한 시에 떠나지도 말자. 봄 꽃 , 눈 꽃 처럼 휘 날릴때 눈 꽃, 봄 꽃 처럼 흐드러 질때 시간도 공간도 느끼지 않고 그대로, 이대로, 그렇게 살다 떠나자. 나 보다 먼저 떠나지만 말아다오 2006년 4월 18일 14회김현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