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 하얏트호텔 쪽에 있는 남산 야외식물원 산책길..

운치있는 작은 가을연못..

남산 오르는 길.. 2장 이어붙인 사진들..
가을 여행 / 25기 서 명 자
둘째가 대학2학년인데 지방의 기숙사에 있습니다.
친구의 부군께서 학장님으로 계신 곳이라 안심하고 맡겼지요.
아이는 매주 집에 올라 올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실습이 있는 경우도 있고 과제물을 준비하느라 그렇기도 하고
어떤 주에는 엄마가 주말에 일이 있어 그렇기도 하구요.
이번 주에 저는 아이에게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엄마가 갈까?
하니 아이는 어찌나 좋아하는지..
버스를 타고 준비한 책을 읽으며 졸며 다다르니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아이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가서 엄마 여기 와 있다 하고 놀래 켜 줄까도 생각했어요.
그러나 어린 왕자의 여우가 이르기를 몇 시에 온다고 말하면 기다리는 동안
행복할 거라는 말에 동감하여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는 아이보다 제가 더 많이 행복해하며 아이를 기다렸습니다.
퍼머한 머리를 폈다고 하더니 머리를 어떻게 했을까?
옷은 무엇을 입고 나올까? 아이는 인터넷을 뒤져 저렴하고 유행에 따르는
차림을 좋아합니다.
교수님의 추천으로 실습을 나갔는데 실습비 130,000원을 받았다고 엄마 쓰라고
30,000원을 송금해 주었습니다. 제 언니에게 문자를 보내 엄마께 잘하라고
정색을 했다는 말이 얼마나 예쁜지 다 키웠다는 생각에 웃음이 납니다.
전화가 와요..
아이가 왔나 봅니다. 역광으로 다가오는 아이를 처음에 못 알아 보았어요.
이마가 예뻐서 늘 이마를 내놓고 뒷머리에 핀을 꽂아 올렸었는데 앞머리를
일자로 자르고 올렸던 머리를 내렸으니 못 알아 본 것이 무리도 아니지요..
아이와 많이 걸었어요. 오랜만에 아웃 백에 가서 포식을 했어요.
아이가 있는 도시에 내과를 개업한 동창이 있어 아이가 늘 배가 아프다는
얘기를 했더니 꼭 한번 데려오라 했는데 아웃 백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앞의 건물에 눈에 익은 간판이 보였어요.
자명내과……병원 이름에 엄마 이름이 다 들어 있다고 혹시..? 하며
학창 시절 로맨스를 상상하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올라 갔더니 토요일이라
이미 문이 닫혀 있었어요. …이제 컸다고 제법 엄마를 향해 짓궂은 농담도 다해요~
우리는 소화도 시킬 겸, 낙엽이 쌓인 길을 걷고 또 걸었지요.
길거리의 액세서리도 구경하고 커피 전문점에서 밖에 준비된 테이블에 앉아
차도 나눠 마시며 즐거웠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익명의 자유로움이 나른하게 몸에 퍼지며 밤은 깊어갔습니다.
저는 아이와 하루 밤을 묵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을 잔 죄로 지금 깨어
있습니다. 그저 일기처럼 기록하고 싶어서요,,,
내일이면 기온이 0도라고 하며 추워진다는 예보를 들으며 가을과 겨울 사이를
다녀 온 여행이라 생각됩니다.
마냥 어린 아이인 것 같던 제 둘째 아이는 이제 엄마를 걱정합니다.
오는 길에 같은 자리에서 아이는 기숙사로 어미는 수원으로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이는 엄마를 물가에 내 놓은 것처럼 걱정이 된다고 말합니다.
어미가 듣기에는 웃기는 말이지만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이제 어미의 품에서
나가 홀로 서는 아이를 느낍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일은 세상을 향해 끊임 없이
보내기 연습인 것만 같습니다.
품 안에서 조금씩 내어 놓는 일을 얼마나 잘하는가 말입니다.
가을이 가는 것은 서운하지만 겨울이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나의 가을이 열매를 잘 맺어 세상에 내어 놓는 일은 참으로 보람된 일이며
나의 할 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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