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화

1970.01.01 09:33

작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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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슴베, 그 서툴게 끼인 자리>에 대한 10회 이현복 교수의 평글


 


 


 





    개인사적 사소한 경험을 통한 자기 존재와 정체성의 추구 


        -<슴베, 그 서툴게 끼인 자리>-를 읽고




                                            


                                       이현복(경인교대 명예교수)


                  1.


 언젠가 학우 오세윤으로부터 유인물 한 권을 받았다. 자기가 쓴 소설이라며 읽어보라는 것이다. 우선 표제


가 <슴베, 그 서툴게 끼인 자리>가 낯설다.


 첫 페이지를 열었다. 유년시절 고향에 대한 묘사로 시작되었다. 일제 강점기의 해주항 근처 용당포의 자연환경과 사회환경 속에서 유년시절의 삶을 생생하게 드러내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족 이야기, 이웃 이야기다.


 모두가 실명으로 등장한 인물로 보아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인물이나 사건은 허구가 아니고 모두 실제의 인물이었다. 그런가 하면 공간적 배경도 실제적 장소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작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여 완전히 사실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일종의 다큐멘타리라는 것을 읽어가면서 확인했다.


 


 유년시절의 소박한 경험을 토대로 서두를 연 이 소설은 격동과 전환기에서의 소학교 시절, 혼란기의 중. 고등학교 학창 시절의 삶의 묘사에서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소설이라 단정했다.


 


 이는 우리 소설문학계의 또 다른 지평을 열었다고 본다. 서양에 있는 청소년 문학이 우리나라에서는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황순원의 <소나기>와 오정희<유년의 뜰>, <새>를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미비했다. 프랑스의 청소년들은 발자크를 읽고, J.D 샐린저의 <호밀밭으 파수꾼>을 읽는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이광수와 이효석, 이문구 정도이고, 그 정도 읽지 않는 경향이었다.


 


 성장에 함유된 의미는 교육이다. 교육을 인간의 성장에 관한 활동이라 하고, 어떤 형태로든지 개체 혹은 집단의 성장을 전제로 하지 않는 교육은 상상할 수 없다. 교육의 중심인 청소년기는 급격한 육체적 성장과 더불어 정신적 과정을 겪는 시기다.


 새로운 세계인 성인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동기의 환상성과 낭만성에서 깨어나 여러 가지 충격적 경험을 통해 환멸과 고통을 겪으며 성장해 가는 시기여야 한다. 따라서 이 때의 경험은 청소년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 시기에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성장소설을 읽는 것은 정서교육의 한 축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슴베, 그 서툴게 끼인 자리>는 이에 답한다는 의미에서 가치를 부여한다.


         


                         2


 


 그의 작품 세계를 천착하기 전에 오세윤 작가의 삶의 내력을 더듬어 본다. 그것이 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남다르게 살아온 그의 삶의 제1의 인생은 일제 강점기의 유년시절이고, 제2의 인생은 격동과 궁핍과 희망의 학창시절이고, 제3의 인생은 의사로서의 사회생활이고 제4의 인생은 자기 구원이며 정체성 회기의  문인의 생활이다.


 


 제1의 인생 유년 생활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해방 후 국토 분단과 월남으로 가난을 벗하며 살았으면서도 해주 해변가의 추억으로 동심을 잃지 않은 삶이며,


제2의 인생 학창시절은 6.25 동란으로 정착되지 않은 떠돌이 내지는 생존과 학업을 위한 지난한 몸짓의 삶이었으며,


 


 제3의 인생 의사로서의 사회생활은 안정된 생활이었으나 끊임없이 자기의 정체성을 추구했던 작가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현재의 안락함이 지난날의 불행, 허무, 불안했던 인생의 질곡들을 불러들였을지도 모른다. 오늘을 살면서 과거가 지닌 사건들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자각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삶의 본질을 이해하며 자아의 정체성을 찾으려했으며,


 


 제4의 인생 문인의 인생은 인간이란 이름에 상처를 입힌 것들, 인간성에 거슬리는 온갖 억압과 폭력의 실체들, 기억으로부터의 문학이 파악하는 좌절들의 국면들을 전형화하면서 비판한다. 그것이 지극히 사소한 개인의 체험 속에서는 사안일지라도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그것을 음미하고 싶다는 삶의 새 지평의 염이다.


 작가는 지난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의 정체성을 통해 우리, 나아가서 인간의 정체성 탐구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 여행길에서 잠깐씩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의 기록이 이 소설의 내용이다.




                                   3


 


1)역사에서 망각은 적이란 인식의 표출이다.


 


 작가의 작품에서 우선 집어지는 것은 망각은 역사의 적임을 암시한다. 망각의 늪은 인간에게 거듭되는 악을 부추긴다. 이 때의 망각은 가장 비인간적인 속성의 발로다. 지난날을 기억하는 자기반성의 과정 속에서 인간은 내일 자신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가늠한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누적되어 온 상처들은 결코 망각 속에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작가는 설파한다. 과거의 불행이나 아픔을 망각하는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다. 문학이 지닌 지난날의 반추는 역사의 그것과 다름을 보여 준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다.


 


 기억은 언제나 현실의 전제 조건과 미래지향성을 예지한다. 단순한 돌이킴이 아니다. 일제시대의 질곡, 해방, 6.25 동란, 4.19혁명 등등은 단순한 역사의 돌이킴이 아니다. 현실은 언제나 과거와의 연속 성위에 존재함을 작가는 소리 높여 비판하고 고발하지 않았다. 다만 그 시대적 상황이 오늘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를 생각하고, 오늘의 ‘나’를 점검한 것이 이 작품의 세계다.


 


 2) 액자 소설로, 수필의 소설화의 시도다.


  어쩌면 선천적으로 지닌 작가의 서정적 향취는 문학에 대한 집념을 놓지 못했다. 그는 소아과 의사로 활동하면서도, 수필작가로 문단에 입문한 작가다. 이 작품은 수필가가 쓴 소설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을 읽어 내려가면 0000년 0월 0일의 날짜를 만난다.


 


 월남한 날짜, 소학교 입학날짜를 비롯하여 개인적인 일이나  사회적, 역사적 사건이나 날짜를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지도 아니고 일기도 아니다. 일지, 일기의 형식을 차용한 것은 실제적인 사실이며, 허구가 아님을 드러내는 방편이다. 한 토막 한 토막을 떼어 읽으면 이는 수필장르의 속성을 지닌 수필이다. 수필의 소설화, 소설의 수필화는 오늘의 추세다.


 


 이 형식의 차용은 일이나 사건을 일일이 독자에게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제 삼자인 어느 누군가가 그 당시를 회상함으로써 사건의 전말을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마련해 주기 위함이다. 이러한 시도를 통하여  문장력도 살리고, 기교작가로서의 기반을 튼튼히 하겠다는 것이 또 하나의 형식상의 특징이다. 액자소설로 수필적인 성격을 띤 것이 또 다른 작품세계다.   


 


 3) 현실적 휴머니즘의 지향이다.


 


 작가가 자신에 대하여 쓴 자전적이면서도 자기 개발적 측면의 진술보다도 작가가 접촉한 사람들이나 목격한 사실들을 중요시 하는 회상기적인 소설이다. 따라서 등장인물은 소설적 자아인 ‘나’와 가족들과 친구들로 실제 인물들이다. 공간적 거리도 집과 학교다. 시간적 거리는 일제시대의 유년기에서 해방 뒤의 혼란과 6.25동란 뒤의 궁핍한 시대에 걸친 20여년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작가가 제시한 휴머니즘은 상처를 안고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 핥기를 통하여, 즉 소외된 사람들 사이의 유대와 결합을 통하여 각기 다른 삶을 제시한다. 이러한  유대감을 통해서 고통스런 실제 현장의 삶을 지탱해 나가면서 내일을 기약함이다.


 


 고난의 그들이 현실을 극복해 가는데 있어서 소외 받은 사람 이외에는 그 누구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냉엄한 현실을 통찰하고, 그 바탕 위에서 동류의 존재끼리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현실적 휴머니즘을 지향하고 있음을 형상화한 것이 이 소설의 내용적 측면이며, 창작의도다.


 


 이 점이 성장소설로서 성공한 점이다. 여기서 이 현실적 휴머니즘은 박애주의도 아니고, 인도주의도 아니고, 그렇다고 더구나 감상적 휴머니즘은 아님을 드러냄이 이 소설의 작품 세계다.


 


 4) 삶의 현실을 반영한 인생의 안내기요 실험기다. 


 


 이 소설은 사소설적이거나 신변소설적인 성격이 짙다. 주로 가족을 중심으로 인간관계의 문제와 빈궁과 혼란 속에서 생존과 희망을 모티브로 삼고 있어 허구로서의 창작물이라는 느낌보다는 작가의 체험의 사실들을 소박하게 반영한 신변소설이란 인상을 준다.


 


 작가가 체험한 사실들은 영광보다는 패배, 밝은 곳 보다는 어두운 곳,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 풍요보다는 가난이다. 작가는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여 이를 작품 형상화에 밑그림으로 삼았다. 이는 자기 안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방편일수도 있고, 그 상처를 끌어안고 치유하면서 잃어버리지 못한 꿈을 실현하는 에너지일 수도 있다.


 


 화가로 치면 밑그림을 공개하는 것처럼 작가에게는 제작상의 비밀을 이야기하는 자리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작가 오세윤이 자랑스럽지 않은 지난 삶의 감추고 싶은 비밀을 이 작품의 토대로 삼은 것은 그의 문학관이요 작가정신이다.


 


 그래서 현실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는 과장이 없고, 공허한 모습으로 가식이 없다. 삶의 현실의 진상을 탐구하고 그것을 표현하고 전달하여 ‘인생의 안내기’요, ‘인생의 실험기’임을 보여준 것이 이 작품 세계다.




                     4


  작품 <슴베, 그 서툴게 끼인 자리>에 초대된 우리는 소설적 자아인 ‘나’를 통해 회상하고 생각한다. 주인공  ‘나’ 의 성장과정에서 미숙에서 성숙으로 , 불완전에서  완전으로의 성장을 보고 있다.


 


 이 소설은 아이들이 읽으면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감정 이입이 쉽게 되어 오늘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어른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성장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 점이 성장소설만이 지니는 특징임을 보여준 소설이다.




                        5



 생활의 문학’주의가 반영된 소박한 리얼리즘 내지 사소설적 경향의 이 작품은 지난날의 아픔을 아름답게 승화한 아름다운 정서를 담은 작품이다. 그러나 그 회상의 대상은 결코 기쁨의 순간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 고통스런 과거에 대한 반추이기에 이 소설은 아름답다. 견디기 어려운 내면의 싸움과 시련이다. 그 내면의 싸움과 시련을, 싸움으로 시련으로 여기지 않고 순응 소화하여, 자아의 파괴를 수반하지 않으며,  다만 기억으로 잉태하는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로 이끈 것이 이 작품이다.


 


 문학을 문학이게 하는 것이 서정이다. 이 서정의 끈을 놓지 못하고, 기억의 끈에 잇대어 살아오는 작가가 오세윤이다.  ,  


 


 기억은 늘 현실의 존재조건과 미래지향성을 담보함을 보여준 이 작품에는 유년의 이야기가 있고, 소년의 이야기가 있고 청년의 이야기다 있다. 이 이야기는 지나온 삶의 ‘나’와 지금의 ‘나’의 모습을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객관화, 역사화한 서사적 구조를 지닌다. 이런 관점에서 이 소설은 개인사적 사소한 경험을 통한 자기 존재의 추구다.


 


 그 추구는 작가 자신의 삶에 켜켜이 쌓인 기억 속에서 고통과 상실의 시간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렇다고 독자들에게 동일한 경험과 정서적 유대를 일깨우려고 기대하지 않는다. 이 기대를 넘어 살아온 내력과 미래지향점이 각기 다른 개인들의 살아감을 서로 확인하고 인정하려는 데서 이 소설은 충분히 성장소설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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