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추어탕 / 장성호
[한겨레 2006년5월 10일치 22면]
꼭두새벽
초량동 할매 추어탕집
주둥이 내밀고 잔소리하던 영감탱이
수염 달린 입가에 왕소금 뿌리자
쾨쾨한 해감 토해냈다
손끝으로 한 양동이 뼈째 곱게 갈아
시래기나 고사리 같은 나물거리 넣고
미꾸라짓국 한 솥 끓여냈다
입소문 나 할배들이 몰려와
점심나절 동났다
감나무에 가을 주렁주렁 달리던 그해
늘그막 바람나 딴살림 차렸던 영감탱이
채 달포 못 가 쪽박 신세로 돌아와서도
할매 끓여준 미꾸라짓국 한 그릇
다 비우고 용트림했다
-시집 〈가을겨울봄여름〉(문학의전당)에서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5년 〈시와 창작〉으로 등단했다.
현재 건설교통부 공항개발팀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