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 킬리만자로 산을 오르려 내일 아프리카로 떠납니다.
우리 좋은 동문님들을 한 20일 동안 못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늘 우리 산들을 오르며 느끼는 것이지만 그대로 산속에 스러
진다 해도 그리 한이 남지 않으리란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우리 나라에 이름이 붙은 산이 무려 3,530 여개가 넘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내가 올라 본 산이 이천 산에 가깝습니다.
내 생 안에는 다 올라 보려 하는 목표는 여전하지만, 인생사
그 뉘라서 알 수 있겠습니까마는 그저 묵묵히 오를 뿐입니다.
우리 산을 다 올라 본 연후에 해외 나드리를 하려 했었으나
풍문에 들리는 바로는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는데, 현지인들의 말로는 오 년 안에 모두 다
녹으리란 예측을 하고 있다 하여 이 번에 마침 기회가 되어
내일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왠지 마음이 그냥 가볍지
마는 않습니다. 온통 나라가 뒤숭숭한 감이 없지 않은 때에
한가로이 해외 나드리한다는 것이 마음 내키지 않음이겠지요.
그러나 그런 저런 생각일랑 접어두고 무사히 다녀오겠습니다.
일시나마 떠나는 아쉬움에서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이란 노래 한 곡을 올려드립니다. 감상해보십시오. 소봉 배
킬리만자로의 표범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 나면 위대해 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 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 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 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 때문이라구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비어 있는
내 청춘에 건배!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 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꺽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 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매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