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by sabong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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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늦깎이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남들에 비하여 나이가 들어서 뭔가 이루는 사람 말입니다.

지난 주에 다녀온 "천리포 수목원"의 설립자 민병갈님은 대표적인 늦깎이었더군요. 그가 나무에 관한 공부를 시작한 것은 쉰 살이 다 되어서라고 합니다.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화장실 갈 때도 식물도감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무는 한 두 해 키워서는 별로 표시도 나지 않습니다. 독신으로 살았기에 나무를 물려줄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당대에 큰 영화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을 알면서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나무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었고, 나무를 키워본 일도 없었으나 나무에 대한 공부를 시작함과 동시에 바로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수목원 안에 자리잡은 그의 묘비명은 한글과 영문으로 이렇게 새겨져 있습니다.

1921년 12월 2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사우스피츠턴에서 태어나 24세 때 미군 장교로 한국에 와서 57년간 이 땅에 머무르며 한국 사랑과 나무 사랑에 헌신했다. 1979년 한국에 귀화하여 천리포에 세계적인 자연동산을 일궈놓고 2002년 4월 11일 이곳에 잠드니, 푸른 눈의 영원한 한국인 민병갈이 남긴 천리포수목원은 앞으로 천년을 더 두고 푸르리라.


    ↓ 미국의 호랑가시학회 선정 "공인 호랑가시 수목원" 답게 호랑가시가 아름다운 붉은 열매를 한껏 자랑하고 있습니다. 겨울을 견뎌낸 상록활엽수들이 푸른 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