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경
연약한 풀들은
포근한 눈 이불을 덮은 채
깊은 겨울잠에 잠겨 있고
멋 부리느라고
가을에 한잎 두잎
잎을 모두 떨구어 버린 상수리나무
발만 덮은 낙엽이불
휘이 불어 예는
북풍 한설
우루루 떨리는 가지들의 몸짓들
긴 한숨에
한 낮이 저문다.
밤이면
더 더욱 기승을 부리는 추위
둥지 잃은 부엉이의
구슬픈 울음소리
더불어
잠을 설치고
뼛속까지 시려지는 마음
그 누가
이번 겨울이
또 이렇게 혹독하게 추우리라고
상상인들 하였으랴.
언제나 알고도
잊어서 편했던
여름날의
그 푸르던 야망과 꿈이
추운
겨울날이면
꽁꽁 얼어서
하얀 서리되어
볏짚 처마 끝에 서린다.
06년 1월 4 일 청초(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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