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화

1970.01.01 09:33

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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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경

        연약한 풀들은
        포근한 눈 이불을 덮은 채
        깊은 겨울잠에 잠겨 있고

        멋 부리느라고
        가을에 한잎 두잎
        잎을 모두 떨구어 버린 상수리나무
        발만 덮은 낙엽이불

        휘이 불어 예는
        북풍 한설
        우루루 떨리는 가지들의 몸짓들
        긴 한숨에
        한 낮이 저문다.

        밤이면
        더 더욱 기승을 부리는 추위
        둥지 잃은 부엉이의
        구슬픈 울음소리
        더불어
        잠을 설치고
        뼛속까지 시려지는 마음

        그 누가
        이번 겨울이
        또 이렇게 혹독하게 추우리라고
        상상인들 하였으랴.

        언제나 알고도
        잊어서 편했던
        여름날의
        그 푸르던 야망과 꿈이

        추운
        겨울날이면
        꽁꽁 얼어서
        하얀 서리되어
        볏짚 처마 끝에 서린다.


        06년 1월 4 일 청초(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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