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나무
문득 벌거벗은 나무들을 보고 안쓰러움을 느낍니다. 벌거벗고 서있는 나무를 보고 불쌍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까마득한 옛날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말씀이 생각납니다. 나무가 벌거벗지 않으면 겨울을 날 수가 없다고. 선생님이 어린 우리들에게 그걸 깨달으라고 말씀하신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선생님, 당신의 이야기였을 것 같습니다.
큰 아이가 서너살쯤 되었을 때 다리에 화상을 입고 서울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화상치료 전문병원을 찾았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들어간 곳은 진찰실이 아니라 무슨 푸줏간 같은 생각이 드는 처치실이었습니다. 폭신한 병원의 침대가 아니라 비닐커버가 씌여있는 물이 질펀한 침대에 발가벗은 아이를 눞히더니만 아이를 꼭 잡으라고 했습니다. 의사는 연신 소독액을 병채 들이 부으면서 화상입은 아이의 다리를 수세미 비슷한 것으로 사정없이 문질러 대었습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병원을 떠메고 갈 듯 울렸습니다.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아내의 항의에 의사는 무표정하게 대답했습니다. "화상 입은 곳을 완전히 다 벗겨내지 않으면 깨끗한 새살을 돋게 할 수가 없습니다."
나목들을 보면서 벌거벗는 연습을 해봅니다. 새살을 위하여...
↓ 달맞이 하면서 새잎을 꿈꾸는 나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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