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by sabong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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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사분율(四分律)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스님들이 보는 불교의 율법책입니다. 그 사분율에 보면 진정한 친구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줄 수 없는 것을 주고, 할 수 없는 것을 해주며, 비밀을 이야기할 수 있되 남에게 발설하지 않으며, 괴로움을 당했을 때나 가난하고 천해졌다고 해도 경멸하지 않는 덕을 갖춘 사람이 바로 친구라고 했습니다.

멀리 있는 친구가 그리울 때는 정말 그렇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친구가 늘 가까이 붙어 있게 되니까 이렇게 바뀌더군요. 줄 수 있는 것도 주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도 해주지 않으며, 남에게 알려질까봐 중요한 이야기는 서로 삼가고, 생각했던 것보다 속물이라고 서로 업신여기게 됩니다.

그렇다고 친구가 아예 없으면 순망치한(脣亡齒寒)을 면할 수 없으니 결국 보통 사람들의 친구 사이란 입술과 이처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 되어야 하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