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꽃 속의 얼굴

by sabong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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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꽃 속의 얼굴

과꽃 좋아하시죠?
오늘 출근 길에 아주 예쁜 과꽃을 발견했습니다. 꽃밭이 아니고 돌계단 사이에 보일 듯 말 듯 피어있는 보랏빛 과꽃이었습니다. 과꽃 키만큼 납작 엎드려 사진을 한 장 찍고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 과꽃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정말 누나 얼굴이 떠 올랐습니다. 그리고 어효선님이 지으신 "과꽃"을 흥얼거려보았습니다. 지나가던 할아버지 한 분이 쪼그리고 앉은 저를 이상한 듯 쳐다보더군요. 저도 모르게 그냥 웃었습니다. 할아버지도 웃으셨습니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 예쁜 꽃을 들여다보면
꽃 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시집간지 온 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괴테의 "파우스트"를 보면 마가렛이라는 소녀가 과꽃으로 꽃점을 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꽃잎 한 장을 떼어 내면서 "사랑한다" 또 한 장을 떼어 내면서 "사랑하지 않는다"를 반복합니다. 맨 마지막 꽃 잎에 어떤 말이 걸리는가에 따라 사랑의 점을 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잔인하게 꽃잎을 따내 버리면서 꽃점을 치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과꽃에 떠오르는 분에게 과꽃 사진 한 장 보내세요. 과꽃의 꽃말 "나의 사랑은 당신의 사랑보다 깊다"를 함께 적어서...

 

과꽃 예쁜 꽃을 들여다 보면 꽃 속에 그리운 얼굴이 떠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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