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야, 미안해!

by sabong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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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야, 미안해!



거미줄을 가지고 놀아 본 적은 없으시죠?
요즘 잠자리채는 긴 장대 끝에 모기장 같은 천으로 망태를 달아 놓았습니다만 저는 어렸을 적에 거미줄로 만든 잠자리채로 잠자리를 잡았습니다. 잠자리채 전부가 거미줄로 된 것은 아니고, 망태가 달려있어야 할 부분에 거미줄이 달려 있는 것입니다. 장대 끝에 싸리가지로 테니스라켓 같이 프레임을 만들어 달고 그 프레임 가운데 거미줄을 붙였습니다. 거미줄 붙이기는 식은 죽 먹기였지요. 거미줄이 있은 곳을 찾아 가서 가운데가 뚫린 테니스라켓 모양의 잠자리채를 거미줄에 대고 훑으면 프레임 가운데 거미줄이 쉽게 달라붙었습니다. 그걸 몇 번 하고 나면 아주 든든한 거미줄 잠자리채가 되었습니다. 그걸로 마치 테니스 치듯 잠자리에 대고 휘두르면 쉽게 잠자리가 거미줄에 걸려 들었습니다. 거미줄에 붙은 잠자리를 살짝 떼어 내면 어디도 상하지 않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잠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하늘 높이 걸려 있는 거미줄을 보았습니다. 널찍하게 그리고 높다랗게 자리잡은 거미줄에 밤새 걸려든 먹잇감이 겨우내 먹고도 남을만큼 많았습니다. 어렸을 적 거미줄 잠자리채 생각이 나서 거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통채 집을 뺏았긴 거미는 얼마나 한심했을까?

"하나님, 우리가 하늘나라에 집을 지으면 정말로 빼앗길 염려가 없는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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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 걸린 먹이가 겨우내 먹고도 남을 만큼 풍성하고, 엷은 아침 노을마저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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