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을 잘 먹어야 건강하답니다. 저도 아침식사를 빠지지 않고 잘 챙겨 먹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애호박, 양송이 그리고 햐얀 두부가 들어 있는 된장찌개가 입맛을 돋우는 덕분에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반 그릇이나 더 먹었습니다. 된장찌개 속에 들어 있는 두부를 먹다가 문득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두부찌개에 들어 있는 두부는 늘 손바닥처럼 넙적하고 컸습니다. 두부가 뜨겁기도 했지만 너무 커서 한 입에 넣을 수가 없었기에 밥 위에 올려 놓고 잘라 먹어야 했습니다. 두부도 두부려니와 두부를 먹은 후에 밥 위에 남아 있는 고춧가루와 붉게 물든 밥을 보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두부찌개를 먹을 때마다 어머니의 두부는 참으로 촌스럽기 그지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날 부자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부자 친구네 두부찌개에는 깍두기처럼 작게 썰은 두부가 들어 있었습니다. 조그맣고 예쁘게 썰어 넣은 두부를 보고 어머니의 큰 두부가 생각나서 은근히 창피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친구가 그걸 알 리가 없었지만 밥을 먹으면서 내내 불편했습니다. 친구 집을 나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친구 어머니처럼 세련된 여자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온 바이어 저녁 대접을 하기 위해 서울 장안에서 제일 간다는 한정식집에 갔습니다. 진수성찬으로 차려 놓은 요리 중에 두부 요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일류 요리사가 만든 뚝배기 속에 들어 있는 두부는 깍두기처럼 작은 두부가 아니라 어머니의 두부보다 더 넙적하고 두터운 두부였습니다. "어머니의 두부"를 보고 촌스럽고 창피하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얼굴을 붉혔습니다.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엄마, 미안해!"
요즘도 시인보다 더 시를 잘 쓰시는 어머니는 매일 빠지지 않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십니다. 어제는 사봉의 아침편지, "김치 전쟁"을 읽으시고 이렇게 메일을 보내오셨습니다. "그야말로 예술품 국화 우산이네. 그리구 어머니표 김치 담어 놓았으니 시간 있으면 가지러와도 좋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