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윗니가 없다는 사실을 아셨어요? 정말로 세상에는 다 가진 사람은 없는 모양입니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호랑이는 뿔이 없고, 뿔이 있는 소는 윗니가 없는 것이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중섭의 그림 `황소`를 보면서 왜 하필이면 이빨 빠진 합죽이 황소를 그렸을까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소의 모습을 정답게 그리려고 일부러 이빨 빠진 황소를 그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소는 원래 위턱에 앞니가 없지 뭡니까. 정년퇴직하신 후 10년이 넘게 시골 목장에서 소를 키우셨던 아버지께 여쭤보았습니다.
`아부지, 소는 원래 앞니가 없어요?` `그래. 아랫니가 없지.` `아부지~, 10년 동안 소하고 사셨던 거 맞으세요? 소는 윗니가 없다고 하던데요?` `아, 그렇던가? 가만 있자. 그래, 그렇구나. 소의 위턱에는 앞니와 송곳니가 모두 없고, 아래턱에만 8개의 이빨이 있지.` `어금니는요?` `어금니는 한 곳에 6개씩 모두 24개가 있어.` `그럼 풀을 어떻게 뜯어 먹어요?` `혀로 풀을 감아 입에 넣은 다음 어금니로 잘라 그냥 삼킨단다. 위가 네 개나 있으니까 일단 위 속에 넣어 두었다가 천천히 되새김질을 하지.`
친구는 아들 녀석이 공부를 잘 못한다고 늘 불만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머리 총명하고, 인간성 좋고, 친구 간에 의리있고, 부모님께 효도하니 더 바랄 것이 없는 젊은이었습니다. 다만 성적이 좀 부진해서 멀리 있는 지방대학을 다닌다는 것 이외에는 흠잡을 것이 없습니다. 며칠 전 만난 자리에서 소는 뿔이 있는 대신 윗니가 없고, 호랑이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대신 뿔이 없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무릎을 치면서 제 말에 동의했습니다. `정말 소에 윗니가 없다구? 그래, 어쩐지. 맞아, 맞아. 아들 녀석이 이번에 군에 입대하는데 컴퓨터 운영병으로 뽑혔대잖아.`
사봉에게는 재물이라는 윗니가 없답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윗니가 없으신가요?`
↓ 불타는 노을을 배경으로 한 중섭의 `황소` 는 윗니가 없는 합죽이라서 더욱 정답습니다.
↓ 창피하게 생각할 것 없어! 입 한 번 벌려 봐! 윗니가 없으면 어때. 근사한 뿔이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