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청계천에 다녀왔습니다. 한 시간 남짓 혼자서 청계천 물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걸었습니다. 그 느낌은 한마디로 추석빔이나 설빔을 입고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시골 장터였지만 어머니는 제법 세련된 디자인을 골라 오셨습니다. 물론 값도 제일 비싼 것으로 택하셨지요. 그렇지만 새옷은 언제 입어도 어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어머니는 늘 내년까지 입어야 한다면서 조금 큰 옷을 사다 주셨거든요. 누구라도 설빔 입었을 때의 어색함을 기억하신다면 제가 어제 걸었던 청계천이 어떤 곳인지 짐작을 하실 겁니다.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어느 곳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보면 그 나름대로 삶의 모습이 배어들게 마련입니다. 시장은 시장대로, 극장은 극장대로, 운동장은 운동장대로, 산은 산대로... 청계천에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니 어떤 문화가 만들어져 가겠지요. 다행스럽게도 모두 평안한 표정이었습니다. 정치 걱정도 없고, 돈 걱정도 없었습니다.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순수함과 벌개미취의 보랏빛 꽃을 보는 즐거움과 징검다리를 건너다니는 추억이 있었습니다. 청계천 물가의 모습이 머지 않아 오래 신어 편안한 구두처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이 아트막한 곳에 백원짜리 동전이 많이 보였습니다. 빨간 금붕어가 동전 사이를 여유롭게 헤엄쳐다니고 있었습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해진 트레비분수의 동전 생각이 났습니다.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던지면서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게 해달라고 비는 관광객들처럼 청계천에 동전을 던지면서 서울에 다시 올 수 있게 해달로고 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로마의 휴일`처럼 유명한 영화 한 편 만들 분 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