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시인이 된다*

by youngoggi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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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휴일


      비오는 공휴일엔
      밀가루에 애호박, 풋고추 숭숭 썰어 넣고
      부침개를 부쳐 먹는다.
      아들놈은 배깔고 만화책 보고
      진돌이는 킁킁대며 코를 박는다.


      한가한 공휴일엔
      세탁기에 밀린 빨래 잔뜩 집어넣고
      친구에게 전화걸어 수다를 떤다.
      아버지는 知人만나 한 잔하러 가시고
      아들놈은 왼종일 컴퓨터만 두들긴다.


      우울한 공휴일엔
      멀리 있는 님에게 그리움 담뿍 담아
      편지를 쓴다.
      몸은 괜찮냐고 밥은 잘 먹느냐고
      그리운 마음에 눈이 젖는다.


      팔십구년 구월 / 김영옥



      요즘엔 달력을 넘기면
      '이번 달엔 공휴일이 며칠이나 있나 ?'
      작은 눈을 크게 뜨며 살피게 되지만
      예전엔 돌아오는 공휴일이 싫을 때가 있었다.

      남편과 오래 떨어져 지냈던 시간.

      그 때는 집에서 쉬는 공휴일보다
      오히려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서 지내는 것이 더 좋았었다.
      혼자 갖는 시간이 많다는 건
      괜한 잡념만 생길 뿐이었다.

      그래도
      기다림을 배웠고
      그리움을 키웠고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된
      아주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어느 날
      나도 시인이 되어 끄적거렸던 시.

      이제 남편과 함께 할 시간이 많아 진 요즘을 고마워하며
      예전의 흔적을 꺼내 보았다.


      LOVE IS JUST A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