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화

1970.01.01 09:33

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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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잠을 못 이루는 더운 날 밤이었다.
뒤척이던 나는 일어나 앞마당으로 나갔다.
바깥은 캄캄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앞 마당에서는 찬란한 불빛의 향연이
조용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소나무들 사이로 반짝거리는 수 많은 불빛들이 보였다.

날아다니는 요정들인가.
아니면 한 여름밤의 꿈인가.
끊임없이 움직이며 반짝거리는 차갑고 작은 불빛들.

나는 최면에 걸리듯 한 동안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마당 주위에는 속삭이듯 살랑이는 바람소리가 들려왔고
하늘엔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선잠이 든 새들이 간혹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앞으로 여름이 깊어지면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요란해지기
시작할 것이지만 지금의 주위는 아직 조용하였다.

앞마당에 서있는 소나무는 인간이 만든
어느 크리스마스 츄리보다 신비스럽고 아름다웠다.
요정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매년 이맘때에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반딧불들이었다.
며칠 전까지도 없었는데 어느새 나타난 것이다.

반딧불 아래에서 책을 읽었다는 옛사람들이 생각났다.
반딧불을 많이 모으면 과연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너무나도 약한 불빛인데.
그들의 향학열과 가난이 눈물겨워진다.

어릴때 내가 살던 시골에는 반딧불이 많았었다.
친척오빠가 잡아준 반딧불을 소중하게 그릇에다 넣고
종이로 덮어두었었다.
그 이튿날 기대감을 가지고 살짝 열어보니
반짝이던 반딧불은 간데없고
평범한 날 벌레만 한마리 들어있어
무척 실망했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의 반딧불은 낮에 보면 정말 못 생겼다.
파리와 바퀴벌레 중간 정도의 용모이다.
하지만 그 못생긴 것이 어두워지기만 하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마치 신데렐라처럼...

한동안 서성거리다가 이제는 잠이 올듯하여 집안으로 들어갔다.
불도 켜지 않은채 문을 닫으려하니 반딧불 한 마리가
어느새 나를 따라 들어왔다.
문 옆에서 깜박거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문을 열고 아직도 환상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앞마당으로 그 놈을 조심스레 내 보내 주었다.

하늘에서는 별들이 빛나고
작은 앞마당에서는 반딧불들이 빛나는
이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대 우주와의 향연에
나의 마음은 겸손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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