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두 사람 중에 하나 꼴로 안경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먼 데 것이 잘 보이지 않는 눈을 근시라고 합니다. 근시는 눈을 통과한 물체의 상이 망막 앞에 맺게 되어 흐릿하게 보입니다. 그래서 졸보기렌즈 즉 오목렌즈를 이용하여 물체의 상을 넓게 펼쳐서 망막에 맺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반대로 가까운 데 것이 잘 보이지 않는 원시의 경우에는 물체의 상이 망막 뒤에 맺히기 때문에 이것을 앞으로 끌어내기 위하여 돋보기렌즈 즉 볼록렌즈를 이용합니다.
카메라에는 망원렌즈라는 것이 있습니다. 초점거리를 길게 만들어서 아주 멀리 있는 물체를 사진 찍을 때 쓰는 렌즈입니다. 우리가 쓰는 안경에 '돋보기 안경'과 '졸보기 안경'이 있는데 망원렌즈를 사용한 '망보기 안경'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망보기 안경'을 쓰면 축구장이나 야구장에 가서 선수들의 자세한 표정까지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할까요. 또한 골프를 좋아하는 분들은 까마득하게 멀리서 파란 잔디 위를 굴러가고 있는 하얀 골프 공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나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구요. 대신 아파트에 커튼이 없이는 살 수가 없게 되는 불편함도 있겠네요.
좀 더 욕심을 부리면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망보기 안경'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오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내가 투자한 주식 가격이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 태풍이 불어 오면 몇 사람이나 죽게 될 것인가? 그러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댑니다. 내가 죽을 날이 언제인가를 확실하게 알면, 아무래도 세상 사는 맛이 제대로 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출근 길에 보니 당고개역 바로 앞에 건물을 지으려고 땅을 파고 있었습니다. 땅 파는 깊이를 보니 기껏 4~5층 건물을 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앞에 일꾼들이 아침부터 김치 안주에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네 사람 모두 담배를 하나씩 물고 있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평균수명까지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안에 그 정도의 앞을 내다보는 '망보기 안경'이 있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사봉의 어록에 이렇게 하나 더 써 넣었습니다. `오늘이 그 날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