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찍었니? 언제가 좋은 시절이었던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 경우는 별로 잘 살던 시절도 없었으면서 옛날엔 행복했었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때는 꿈이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반장 선거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저는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라이벌 후보의 이름을 쓰라고 권했습니다. 그리고 투표를 할 때도 저는 그 친구 이름을 썼습니다. 그래놓고 친구들이 내게 "누구 찍었니?"하고 물어 볼 때마다 그냥 웃기만 했습니다. 친구들도 제가 제 이름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하고 같이 웃었습니다. 그래도 늘 제가 압도적인 표차로 반장이 되었습니다. 4학년 때까지 반을 바꾸지 않고 그냥 진급을 시키더니 5학년 때 처음 반을 섞었습니다. 반장 선거를 하면서 처음으로 불안한 생각을 했습니다. 4년을 계속 반장하다가 5학년이 되어서 떨어지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투표할 때 제 이름을 써냈습니다. 다행하게도 친구들은 아무도 "누구 찍었니?"하고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