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풀벌레 ..... 오세윤

by jinsoo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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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풀벌레 ..... 오세윤

        그런 날이 있었지
        볼우물 예쁜 그 아이 만나는 날이면
        왜 그리 새벽은 더디 오는지
        게으름뱅이처럼
        해는 왜 그리 아침 하늘에서
        빨리빨리 떠오르지 않아주는지

        엄마는 왜 또 그렇게
        느릿느릿 아침을 차려주는지
        밥상머리에 앉아서도
        시계만 쳐다보며 건성으로 밥을 먹던
        머언 전날 언젠가는 나에게도
        설레이던 그런 날 있었지

        어쩌다 생각이 떠오르면
        이슬 한 방울 눈 섶 끝에 맺히고
        윗 눈까풀 파르르 떨리는
        혼자만 몰래 간직하고픈
        그립고 그리운 날
        내게도 그런 날이 있었지

        그믐날 밤 뒷산 숲
        여리게 우는 풀벌레처럼
        새벽이 오기까지
        온 밤을 지새워 울고 싶은
        달맞이꽃처럼 흐릿하게 젖어오는
        그리운 그런 날이 내겐 있었지


        2005. 9. 가을의 문턱에서, 담 여




        Webpage : Jinsoo*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