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풀벌레
오 세 윤
그런 날이 있었지
볼우물 예쁜 그 아이 만나는 날이면
왜 그리 새벽은 더디 오는지
게으름뱅이처럼
해는 왜 그리 아침 하늘에서
빨리빨리 떠오르지 않아주는지
엄마는 왜 또 그렇게
느릿느릿 아침을 차려주는지
밥상머리에 앉아서도
시계만 쳐다보며 건성으로 밥을 먹던
머언 전날 언젠가는 나에게도
설레이던 그런 날 있었지
어쩌다 생각이 떠오르면
이슬 한 방울 눈 섶 끝에 맺히고
윗 눈까풀 파르르 떨리는
혼자만 몰래 간직하고픈
그립고 그리운 날
내게도 그런 날이 있었지
그믐날 밤 뒷산 숲
여리게 우는 풀벌레처럼
새벽이 오기까지
온 밤을 지새워 울고 싶은
달맞이꽃처럼 흐릿하게 젖어오는
그리운 그런 날이 내겐 있었지
2005. 9/ 가을의 문턱에서, 담 여
오 세 윤
그런 날이 있었지
볼우물 예쁜 그 아이 만나는 날이면
왜 그리 새벽은 더디 오는지
게으름뱅이처럼
해는 왜 그리 아침 하늘에서
빨리빨리 떠오르지 않아주는지
엄마는 왜 또 그렇게
느릿느릿 아침을 차려주는지
밥상머리에 앉아서도
시계만 쳐다보며 건성으로 밥을 먹던
머언 전날 언젠가는 나에게도
설레이던 그런 날 있었지
어쩌다 생각이 떠오르면
이슬 한 방울 눈 섶 끝에 맺히고
윗 눈까풀 파르르 떨리는
혼자만 몰래 간직하고픈
그립고 그리운 날
내게도 그런 날이 있었지
그믐날 밤 뒷산 숲
여리게 우는 풀벌레처럼
새벽이 오기까지
온 밤을 지새워 울고 싶은
달맞이꽃처럼 흐릿하게 젖어오는
그리운 그런 날이 내겐 있었지
2005. 9/ 가을의 문턱에서, 담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