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돋는 살 삽상한 가을 아침 출근길에 새명의 기쁨이 넘쳐 흐릅니다. 힘들이지 않고 이른 아침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가슴 벅차게 느껴집니다.
한 달 쯤 전, 청자 화분에 심어 놓은 동양란의 줄기 하나가 반쯤 부러져 혼자 서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살아날 것 같지 않아 잘라 낼까 생각하다가 말을 할 수 없는 식물이기는 해도 너무 불쌍한 생각이 들어 옆에 있는 가지에 기대어 세워 두었습니다. 조금 전 출근하여 난에 물을 주다가 상처난 줄기 생각이 나서 찾아 보았습니다. 얼핏 어느 것이 반쯤 부러졌던 줄기인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줄기마다 밑둥을 자세히 살펴보니 한 줄기의 밑둥이 약간 기형으로 생겼는데 다른 줄기보다 조금 굵게 보였습니다. 부러졌던 줄기가 한 달 동안 스스로 설 수 있을만큰 튼튼해졌습니다. 대견하기도 하고 청초한 모습이 더욱 예뻐 보였습니다.
전령병이었던 친구는 아침마다 서류를 들고 나가서 이 부대 저 부대를 돌아다니면서 전달하고 또 그곳에서 전해주는 서류를 모아 가지고 저녁이 되어야 돌아 왔습니다. 교통이 불편했던 당시 전령병은 주로 군용트럭을 얻어타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탄 군용트럭이 굴렀습니다. 다행하게도 생명을 건졌고, 몇 번의 수술 끝에 절름발이 걸음이었지면 아쉬운 대로 걸어다닐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그 절름발이 다리로 산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산과 친해진지 10년쯤 지나고나니 그의 다리는 지리산, 설악산 뿐만 아니라 그 보다 높은 외국의 산도 거침 없이 올라다닐 수 있을만큼 튼튼해졌습니다.
다시 살아난 동양란의 싱싱한 줄기를 보고, 지금도 끊임없이 산을 오르내리는 친구의 다리를 생각하며, 내 마음 속에 부러져 있던 자존심에도 새살이 돋는 것을 느끼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힘차게 한 주일을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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