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화

1970.01.01 09:33

출세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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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하지 맙시다

엊저녁에 좋은 친구 하나 또 잃었습니다.
그는 참 좋은 친구였습니다. 누구든지 그를 만나고 나면 기분이 좋은 친구였습니다. 언제나 말석에 앉기를 좋아하고, 말하기 보다는 듣기를 좋아하고, 남의 흉을 보는 일이 없고, 직장에서도 업무는 물론 인간관계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술취한 친구를 위해 택시 잡아주는 것도 그 친구 담당이었습니다. 몇 달 전, 그가 다니던 회사의 사장으로 진급했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많은 친구들이 진심으로 축하를 하여 주었습니다.

사장이 되자 많이 바빠진 탓에 친구들을 만날 새가 없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기는 했지만 모처럼 시간이 난다기에 몇몇 친구들이 그를 초청해서 조촐하게 축하파티를 열었습니다. 파티가 다 끝나기 전에 그가 먼저 일어났습니다. 어딘가 또 갈 곳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가 먼저 자리를 뜨자 한 친구가 볼 메인 소리를 했습니다.

"저 친구 좀 이상해지지 않았어?"
"내가 봐도 좀 변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친구들한테 술 한 잔 따르는 걸 못봤어. 지가 회사에서나 사장이지 여기서도 사장이야?"
"그야 술병이 멀리 있었겠지."
"아니야, 옛날에는 잔이 비는 꼴을 못보던 친구였어."
"말은 왜 그리 많아졌어. 자기가 사장이 안 되었으면 회사가 문을 닫았을 거라잖아."
"우리 앞에서 자기 회사 직원들 욕을 왜 하는 거야? 누워서 침뱉기 아니야?"
"직원들 금강산 구경을 시켜주었더니 자기를 하나님처럼 알더라구? 그게 지 돈이야 회삿돈이지."
"아무리 그래도 자리에 없는 친구 너무 험담하지 말아. 지가 오너도 아닌데 사장 몇 년이나 하겠어. 불쌍하게 봐 줘야지."
"아니야, 할 말은 해야지. 저렇게 변하려면 우리 출세하지 말자구."

축하파티의 끝은 우울했습니다. 앞으로는 바쁜 친구 굳이 불러내지 말고 우리끼리 만나자고 했습니다. 글쎄요. 아무래도 출세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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