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봉의 휴가법칙

by sabong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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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봉의 휴가법칙

휴가 다녀오셨어요?
여름휴가를 갈동말동한 저는 오늘 아침 장대비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은근히 고소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게도 놀부처럼 왼쪽 갈비뼈 아래 심술보가 달려 있는 모양입니다.
휴가는 재충전을 하기 위한 기간이라고 합니다. 꼭 멀리 가지 않아도 재충전을 할 수 있으면 여름휴가 다녀온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고, 기껏 여름휴가를 내어 피서를 다녀왔는데 재충전을 못하고 휴가 후유증에 시달린다면 휴가를 안 가느니만 못하지요. 아직 휴가를 못 가셨으면 사봉의 휴가법칙을 알려드릴테니 참고하세요.

휴가의 제1법칙. "하던 일에서 벗어나라!"
휴가는 직업적으로 하는 일로부터의 탈출입니다. 저는 지난 금요일 눈이 너무 따끔거리고 아파서 안과엘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시간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 대신 이틀동안 제 눈을 휴가 보냈습니다. 제 눈의 주 업무는 하루 10시간씩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제 눈이 하던 일에서 벗어나라고 이틀동안 컴퓨터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불암산에 올라가 푸른 숲을 보여주었습니다. 멀리 휴가를 간 것은 아니지만 충전이 되어 오늘 아침 눈이 맑아졌습니다. 육체를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분들은 머리를 많이 쓰는 취미를 즐기시는 것이 좋고,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지신 분들은 운동을 하면서 휴가를 즐기시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던 일에서 벗어나서 재충전을 하십시오.
 
휴가의 제2법칙. "감탄하라!"
냉면집에 가서 설렁탕집에 갈 걸, 김치찌개를 시켜 놓고 생선구이를 시킬 걸하는 사람은 소화기능이 약해집니다. 설렁탕 생각을 하면 위는 설렁탕을 소화시킬 준비를 합니다. 그러나 실제 위에 들어가는 것은 냉면이니 소화가 잘 될 리가 없지요. 식탁 위에 놓인 음식에 감사하고, 그 맛에 감탄해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산에 가서 바다를 그리워하고, 바다에 가서 계곡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휴가가 즐겁지 않을 뿐 아니라 재충전도 불가능합니다. 바다에 가시면 파도소리의 시원함에 감탄하시고, 산속이라면 풀잎을 뛰어 다니는 풀벌레의 오묘함에 감탄하십시오. 음악을 들으면서 감탄하면 그것이 재충전의 시간이고, 영화를 보면서 감탄하면 그것도 재충전의 시간입니다.

휴가의 제3법칙. "한번에 하나만 하라!"
나가는 길이 많으면 들어오는 길도 많습니다. 한가지 일을 할 때는 스트레스가 들어 올 수 있는 길이 하나이고, 여러 가지 일을 할 때는 스트레스가 들어 올 수 있는 길이 여러 갈래 있습니다. 제법 머리를 많이 쓰는 바둑도 삼매경에 빠지면 스트레스 해소가 되고 재충전이 됩니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운전을 하는 사람은 오로지 운전하는 일에 빠져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옆에 편안히 앉아 가는 사람보다 운전하는 사람이 덜 피곤하게 느끼는 이유는 운전하는 동안 한가지 생각만 하기 때문이란 것을 아시겠죠?

사봉의 아침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