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세요

by sabong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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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세요

새벽 동트기 전 내린 소나기 덕분에 잠을 설치기는 했지만 오늘 아침은 조금 시원하네요. 하지만 아침 신문을 펼쳐보면서 다시 더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신문을 보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세상에는 내가 열심히 해서 되는 일이 있고,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침부터 신문을 보고 열받으면 나만 손해라니까요.
엊저녁 함께 저녁을 먹은 친구는 참으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생각만하고 사는 친구였습니다.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비결 중에 하나가 쓸데 없는 걱정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조그맣게 무역회사를 하는 그가 벌어들이는 돈은 수출액의 10퍼센트 정도가 고작입니다. 그러니 환률이 10퍼센트 떨어진다면 이익이 하나도 발생하지 못하니 회사 문을 닫아야 합니다. 그래서 한 때는 환률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환률 걱정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환률이 15퍼센트 떨어졌는데도 아직 수출을 하고 약간의 이익도 챙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 그는 할 수 있는 일에만 온 힘을 기울이고,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걱정조차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돌이켜 보면 그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수출 상품의 원가를 낮추는 일이었고, 보다 나은 제품을 생산하여 가격을 조금 더 올려받는 일이었습니다. 그의 힘으로 절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은 환률을 조정하는 일이었습니다.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는 환률 걱정은 정말 쓸데 없는 일이라는 것이지요.

저도 엊저녁 친구에게서 배운 것처럼 오늘 아침 신문에서 읽은 것 중에 제가 할 수 없는 일은 모두 다 잊어 버리고 오늘 할 수 있는 일만 열심히 하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걱정하지 않아도 어느새 입추가 열흘 후로 다가와 있습니다.

사봉의 아침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