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렸을 적에는 고자질하는 것은 나쁘다고 배웁니다. 도청, 폭로, 투서, 고자질이 모두 오십보 백보라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나쁜 일을 한 사람이라도 그걸 몰래 일러바치는 일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자식의 통지표에 "고자질을 잘 하는 아이임"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부모가 없을 것입니다. 고자질의 어원을 궁중의 고자(환관)에게서 찾는 것을 보면 그 탄생부터 별로 좋은 말이 아닌 듯 싶습니다. 남의 잘못을 일러바치는 것은 남자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고자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말이지요.
시골 초등학교에서 반장이 하는 일 중에 하나는 청소 감독이었습니다. 어느 날 청소를 하지 않고 도망간 친구가 있었습니다. 제천보다 훨씬 큰 도시인 청주에서 전학 온 얼굴이 하얀 아이었습니다. 점심 시간이면 도시락 뚜껑을 반만 열고 밥 위에 얹혀있는 계란후라이를 오물오물 먹는 아이었습니다. 그 날은 그 아이의 아버지가 윤이 반짝반짝 나는 까만 찦차를 가지고 와서 그 친구를 태워갔습니다. 청소가 끝난 후 청소 검사를 하러 오신 선생님께 청소를 안 하고 도망간 친구를 일러바쳤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꼴 보기 싫은 친구가 종아리 맞는 장면을 생각할 때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조회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그 아이를 불러내어 손바닥을 석대 때렸습니다. 그리고 저를 불러내더니 손바닥을 열대나 때렸습니다.
"청소당번이 청소를 하지 않고 도망가는 것은 나쁜 일이다. 그러나 반장이 되어 가지고 그걸 선생님한테 고자질하는 일은 더 나쁜 일이다. 알겠나?"
그 이후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지금도 고자질은 남자 노릇을 못하는 고자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