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 '밥심'(밥의 힘)으로 산다는 말 들어보셨지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리는 밥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민족입니다. 그러니 쌀을 씻을 때마다 나오는 쌀뜨물이 워낙 많아서 수질오염의 주범이라는 불명예를 벗을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산골짜기의 약수가 좋은 것은 깊은 산중에 숨어 있는 산삼뿌리를 돌아 돌아 흘러 내리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쌀뜨물은 우리의 생명인 쌀을 씻을 때 나오는 물입니다. 그 쌀 씻은 물 속에 쌀의 정기가 들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래서 알아보았더니 역시 쌀드물이 쓰이는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더군요.
제일 쉬운 것은 정원이나 화분에 맹물을 주지 말고 쌀뜨물을 주어 보세요. 그만큼 수질오염 줄어들고 화초도 잘 자라니 일석이지요. 합성수지 그릇에 김치나 생선같은 것을 오래 담아두면 냄새가 배잖아요? 그럴 때 쌀뜨물에 한 30분 담가두어 보세요. 냄새가 없어지게 됩니다. 프라이팬에 묻은 기름도 세제로 닦아 내지 마시고 쌀뜨물로 닦으세요. 그뿐인가요? 쌀뜨물로 빤 걸래로 마루를 닦으면 왁스를 바른 것처럼 반짝반짝 윤이 납니다. 청소하는 데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쌀에서 씻겨나온 귀한 성분이 있으니 어찌 버릴 것이 있겠습니까?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쌀뜨물을 받아서 된장을 풀어 된장국을 끓여보세요. 그 구수한 맛이 맹물로 끓인 것에 비할 바가 못된답니다. 죽순이나 우엉을 쌀뜨물에 담갔다가 요리를 하면 아린 맛을 없애줍니다. 쌀뜨물에 고사리, 취나물, 머위 등등의 산채를 담갔다가 씻으면 잡냄새를 제거하여 산채의 향취를 순수하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그 색깔도 자연 그래도 지켜줍니다.
쌀 씻은 물이 이렇게 좋은 물인데 쌀밥이야 일러 무엇하겠습니까? 한 여름이지만 쌀밥 많이 드시고 더위를 이겨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