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움

by sabong posted Jan 01,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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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움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를 잘 아시죠? 헝가리가 낳은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 말입니다. 피아니스트라고 할 때는 그를 '피아노의 파가니니'라고 부른다지요? 작곡자라고 할 때는 '교향시의 창시자'라고 부르구요.
그는 아버지가 음악 애호가인 덕분에 7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여 8살 때 이미 공개 연주회를 가졌다니 음악의 신동이었지요. 음악 공부를 하기 위하여 프랑스로 갔으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파리음악원에 입할 할 수 없었지만 시련을 잘 이겨내었고 그의 연주회는 언제나 성황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16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많은 제자를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피아노 제자 중에 프랑스 고관의 딸 카롤린과 사랑에 빠졌으나 카롤린의 아버지가 반대하는 바람에 헤어지고 실의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 때 그가 문학과 종교에 심취하게 되었는게 그것이 바로 그가 후에 작곡한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의 결실, '교향시'의 원천이 되었다고 하지요. 그러고 보면 낭만주의 예술가에게는 '연애'도 '실연'도 필수 코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군요.

그가 독일을 작은 마을에 갔을 때 무명 여류피아니스트의 연주회 포스터를 보게 되었습니다. 별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피아니스트의 이름 앞에 '리스트의 제자'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리스트가 마을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그 피아니스트는 혼비백산하여 리스트를 찾아갔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실은 선생님께 배운 적은 없는데도 제자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내일 음악회는 취소하도록 하겠으니 용서하여 주십시오."
"알았소. 일단 내일 연주할 곡이 어떤 곡인지 들어 보고 싶소."
리스트는 그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면서 이곳 저곳을 지적하며 고쳐주었습니다.
"자, 이제 내게 배웠으니 내 제자가 되었소. 내일 연주를 잘 하도록 하세요. 내일 연주회에서 마지막 곡은 내가 맡을 테니 리스트 선생님이 직접 연주를 한다고 광고를 하세요."

무명의 여류피아니스트에게 베풀어준 리스트의 너그러움이 그의 교향시 어디엔가 녹아 있겠지요?

사봉의 아침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