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를 좋아하세요? 저도 보통 사람인지라 삼순이의 매력에 푸욱 빠졌답니다. '낙양의 지가'를 올렸던 드라마도 오늘 내일로 막을 내리는 모양입니다. 스토리의 결말이 어떻게 나건 상관없이 마지막 부분에서 '김희진'이가 되고 싶었던 주인공이 이렇게 한 마디 외치고 끝이 날 것 같습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아마도 작가의 생각이 제 생각과 같을 겁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바꾼 사람들은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을 바꾼 사람들은 본 일이 없습니다. 제 친구 중에 성을 바꾼 친구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바꾼 것이 아니라 원래의 성을 도로 찾은 것이었습니다. 성을 바꾸는 일이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불가능한 일,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있을 때 우리는 "그렇다면 내가 성을 바꾼다" 혹은 "내가 네 아들이 되겠다"고 합니다.
예전에 창씨개명을 하라는 법이 있었습니다. 일제말엽이었던 1939년 11월 10일 법령 제 19호로 개정된 '조선 민사령'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당시 조선 총독 '미나미 지로오(南次郞)'는 조선사람들이 일본사람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하여 성을 바꾸기를 원하기 때문에 천황이 이를 딱하게 여기어 성은을 베풀었다고 했습니다.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학교에도 못다니고, 취직도 할 수 없다고 협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3개월 동안 성을 바꾼 사람은 7.2%에 불과하였다고 합니다. 이후에 더욱 심한 협박과 회유로 80%에 가까운 사람들이 창씨개명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신 유명한 만담가 신불출(申不出)이라는 사람은 나도 모르겠다 '에라 노라아'(江原野元)이라고 신고했다고 합니다. 제 성도 못 지킨 놈이라고 자학하여 '이누꼬'(犬子)라고 신고한 사람도 있었고, 뱃장 좋게 천황의 이름을 따서 '히로히토'라고 신고하였다고 혼줄이 난 사람도 있었다고 하네요.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시대에 '삼순이'가 소중한 제 이름인 줄 깨달은 주인공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주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들으셨지요? "삼순이 드라마 끝나면 무슨 낙으로 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