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들장미 향기를 맡아 보신 기억 나세요? 실은 들장미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시는 것 아닌가요? 들에 핀 장미가 들장미인데 그게 바로 요즘 산자락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찔레꽃이랍니다. 우리나라에 피는 들장미에는 찔레꽃 말고 돌가시나무도 있습니다. 돌가시나무나 찔레나 비슷하지만 돌가시 나무는 땅으로 기는 특성이 있지요.
엊그제 제천에 있는 월악산을 다녀왔습니다. 이미 온 산이 여름철의 푸른 옷으로 갈아 있었는데 영봉 (1097m)근처에는 아직 철죽꽃이 만개한채로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하산길에 만난 하얀 찔레꽃의 향기는 마치 하늘향기인 양 푸른 산을 내리 덮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진달래꽃잎도 아카시아꽃잎도 맛있는 군것질거리였지만 찔레순은 제법 먹을 것이 있는 간식거리였지요. 연한 찔레순을 잘라서 살살 껍질을 벗기고 연록색의 살을 씹으면 약간 떫기는 하지만 달착지근한 맛이 입안을 가득채웠던 기억이 납니다.
찔레향이 워낙 좋아서 옛사람들은 향그러운 찔레 열매을 방안에 놓아두고 겨울을 나기고 했으며, 꽃잎을 모야 향기주머니를 만들기도 했고, 베개 속에 넣어 향기로운 밤을 보내기도 하였답니다. 특히 화장품이나 향수가 없던 시절 마른 찔레꽃잎을 띄워 놓고 세수를 하였다고 하지요. 그러고 보니 온 종일 찔레향이 은은하게 흘러 나오는 아릿다운 소녀들의 모습과 하얀 찔레꽃의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 저곳에서 장미축제가 한창입니다. 장미는 뿌리가 부실하여 찔레나무에 눈접을 붙여서 길러 내야만 꽃을 제대로 피울 수 있습니다. 찔레가 없었으면 장미축제도 없었겠지요. 이번 주일에는 아름다운 장미에게 꽃을 양보하고 근간은 튼튼하게 지키는 찔레나무처럼 한 주일을 계획해보렵니다. 한 번 해보세요. 온몸에서 은은한 찔레꽃 향기가 흘러나올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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