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누구나 목표를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시련이 닥칠 때 그것을 피하려 하지 말아야한다.
피하고자 하면 결국 시련 앞에 무릎을 꿇게 되니까.
당당하게 부딪힐 때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창조적인 지혜를 발휘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시련은 또 다른 기회이기도하다.
어려움을 겪는 순간은 마음이
가장 크게 열릴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들 가슴에 큰 상처가 있다면,
그 상처는 큰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인 것이다.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에 눈물이 필요하다면
눈물을 흘려라.
억울하고 서러워서 본능적으로 흘리는 눈물도 있지만,
나의 영혼이 나를 바라보며 흘리는 눈물도 있다.
`그래, 힘들지` 하며 스스로 자기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는 격려의 눈물이다.
내가 나에게 '괜찮아' 하고 말하면
이 한마디로 우리의 영혼은 큰 힘을 얻는다.
우리의 영혼은 무엇보다
스스로의 위로에 더 큰 힘을 얻는다.
우리는 힘들고 혼란스러울 때 자신의 몸 안에서
진정한 힘과 휴식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몸이 휴식처이고 에너지 발전소이다.
몸이 당신에게 완벽한 휴식을 제공해 줄 것이다.
몸을 편안하게 앉히거나 눕히고.
그리고 숨을 고르면서
마음이 몸을 바라보게 하라.
그리고 나서 스스로에게 '괜찮아' 하고 말해 주라.
그러면 당신의 영혼과 몸이 편안해지고
새로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밤 11시, 침낭에서 빠져 나와 정상에 오를 준비를 한다.
간단한 스프로 요기하고 칠흙처럼 깜깜한 자정에 정상 공격하기위해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는 쏟아질듯한 은하수, 북두칠성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 닥아온다.
잠 못이루는 아프리카의 밤은 참으로 찬란하다.
어느 하늘 구석이든 잠시만 시선을 멎으면 가득히 별이 쏟아져 내린다.
시선을 타고 쏟아져 내린 별들은 나의 가슴에 와서 분수처럼 퍼지고...

랜턴을 이마에 켜고 산장 밖을 나서니 매서운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다.
앞의 대원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자주 멈추어지고 그때마다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스틱에 의지해 잠깐 졸았다 싶으면
거리가 멀어지고 마치 어미 양을 따라가는 어린 양처럼 조급한
마음으로 쫓아가면 또 멈추어지고, 그러면 다시 졸음이 쏟아진다.
그러면서 가빠오르는 숨을 고르기를 수백번.
이때 사람들에게 가장 취약점인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상품에 안기는걸 포기 해야 된다.
`뽈레 뽈레` (천천히) ` 하쿠나 마타타`(걱정 말아요, 문제없어요)를
속삭여주는 가이드 아마니의 음성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혼미해오는
정신을 수습할수 없었으리라.
졸음을 이기고 앞선 대원들을 보니 지그자그로 한발 한발 올라가는 모습이
마치 어둠 속에 길을 밝히는 수도승의 행렬처럼 장엄해 보이기까지 한다.
한스 마이어 동굴(5150m)에 도달해서 속쓰림약과 따뜻한 물을 마시니
몸이 좀 풀리며,제 정신으로 돌아온다.
한치앞을 볼수없는 상태지만 정상까지 가파르게 치닫아 있는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검은 흙길에는, 대원들의 먼지자욱만
뽀얗게 피어오르는게 느껴지고, 때때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이 사막지대
특유의 냄새와 먼지를 코끝으로 보내준다.
이곳에는 빛과 어둠만이 명암을 밝히고 있을 뿐 생명이 있을 곳이라곤
어디에도 없다.
오직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아래 태고의 신비만을 간직한 채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하다.
경사가 심한 돌무더기 위를 한발 걷고 반보 미끄러지면서 오르는 동안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추위로 인해 손과 발에는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영하20도는 됨직한 기온에서 장갑 두켤레도 맥을 못추자 아마니가
자기장갑까지 벗어준다.

얼마를 올랐는지 의식이 없어질 무렵 여명의 한줄기 빛이 구름을 뚫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2005년 2월9일 한국보다 6시간 늦게 설날의 찬란한 햇살을 맞을 준비를 한다

당신의 따사로움으로 우리 인류의 얼어붙은 가슴을 훈훈하게 덮여 주소서...
저절로 두손 마주잡고 기도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키보 산장에서 출발한 대원들의 얼굴에는 강렬한 오렌지
빛의 햇살이 한아름씩 선물로 주어진다.


길만스 포인트(5685m)에 도착한다.
지친 얼굴이지만 나의 마음속은 아침 햇살처럼 싱그럽다.

200m 떨어진 정상은 바로 앞에 있었다.
그러나 빤히 보이는 정상은 걸어도 걸어도 그 자리인거 같다.

왼쪽으로는 거대한 만년설이 억겁의 세월을 짊어진 채
은색으로 빛나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거대한 분화구가 둥그렇게 절벽을
만들고 있다. 지구상에 인간이 발자국을 남기기 오래 전 거대한 용암이
불을 토하면서 강물처럼 흘러내려 우리가 올라온 그 길을 만들었으리라.


우후르 피크 정상 (5895m)에는 영혼의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하다.

마치 그림 속의 풍경화처럼 바위와 흙과 만년설들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었다.

어쨌든 문명과 원시, 인간성의 범죄와 자연의 순수성을
잿빛 안개깔린 대초원, 지평선을 건너가는 얼룩말 무리,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는 하이에나 울음 소리 등등 아름다운
풍광 묘사가 일품인 헤밍웨이의 킬리만 자로의 눈속에 나오는
말라 얼어죽은 표범의 시체는 정상에 없었다.

나는 헤밍웨이가 그의 죽음을 통하여 무엇을 이야기 하려 하였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햇살이 찬란하게 부딪치는 킬리만자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문득 얼어죽은 표범이 혹시 아프리카의 대각점에 있는
유럽의 '문화'와'도시'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문화와 도시는 사슴이나 얼룩말 같은 초식동물로 살아온 것이
아니라 이러한 초식동물들을 먹이로 삼는 육식동물로 살아온 것이
사실인거처럼 표범으로 살아온 역사가 아닐까?

킬리만자로에서 얼어 죽은 표범이 문득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정상에 있다면 오직 희박한 공기 속에 오염된 인간의 욕망과 순수했던
삶의 흔적이 뒤섞여 바람 속에 표류하며 맑은 영혼을 선사하는
드넓은 하늘과 대지, 그리고 그 산의 위엄이 있을 뿐이다.

올라갈때 캄캄했던 길만스 포인트는 이제 온화한 얼굴로 우리를 배웅한다.
언제고 당신이 깨달음을 원할때 다시 오라고 속삭이듯....

아마니 우린 해냈어. 퉁퉁부은 얼굴이지만 너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도 불가능 했을꺼야. 오는 5월 15일 너의 결혼식에 미리 축하의
말을 전할께.

하산해서 호롬보에서 마지막 산속의 밤을 보낸후 새벽에 함께했던
가이드, 쿠커, 포터들과 기념한방.
떠나기전 과연 온전히 등정에 성공할수 있을까 ? 마음의 갈피를
못잡는 나에게 걸을수만 있다면 , 고소만 이길수 있다면, 가능하다고
용기를 준 박 대장의 말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내려오는 길의 살얼음, 해발 3200m지점.

다시 뒤 돌아본 산하.
킬리만자로 등반의 성패는 그 짧은 일정 때문에 고소적응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도차가 심하다.
다행히 우리 원정대는 박 장순 대장의 고소 적응 주의 사항과,
호롬보 산장에서 하루 더 묵으면서 고소순응을 했기 때문에
모두 길만스 포인트(5685m)와 우후르 피크(5895m)에 오를 수 있었다.
우후루, 킬리만자로의 최정상은 '자유`의 상징이다
킬리만자로는 적도에 위치해 있으면서 눈과 빙하가 있는 기이하고
신비스런 아프리카 최고봉을 가진 산이며,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신`이 기거하는 곳이며, 아프리카인들의 식민지 역사 속에서
자유를 향한 갈망을 담아내고 있는 곳이다.

마랑구 게이트에 내려와 모두 함께 잠보song을 부르며...


엿새를 함께했던 이들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며
`킬리만 자로여 영원하리`를 리듬에 마추어 부른다.고마운 친구들이여...
적도에 있으면서 1년 내내 정상에 빙하와 빙설이 있는 경이로움의 체험은
1000미터의 바위와 모래로 이루어진 힘든 급경사를 올라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속 이어지는것은 그곳에 그들의 영혼과 자유가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짐을 싣고 다시 속세로 떠난다.
앞으로 어떤 짐을 지게 되더라도 불평하지 않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