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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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리다 문득 옆을 보면 방금 지나온 시간들이, 잔잔한
잔영으로 눈앞에 아른거릴 때가 있다.

묻히는 세월 속에 프리즘처럼 쌓여 잊혀 지다가 문득 사진첩을
다시 보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나를 잊게 하는 것들이, 부족하게 하는 것들이 ,무심결에 떠올라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게 하고 묻혀버린 내 의식을 깨우기 시작한다.

내 스스로를 잊어버릴 때,
삭막해 지는 것을 느낄 때,
나는 부족한 그 무엇을 채우고 싶어진다.
그리고 채우러 떠나야 한다.

`앎`이란 참으로 소중하다.
이것을 우리들은 緣起라고 하는데 모든 것은 연하여 서로 같이 일어난다.
어떤 존재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본질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고통은 이런 연기관을 깨닫지 않으면
해결할수없음을 확인하러 이번 여행을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앙코르와트 사원은,
직역하면 수도의 사원이라는 뜻이다.

서울에서 캄보디아 가는 직항이 없어서, 베트남 호치민 공항에서
부지런히 수속을 밟고 앙코르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모든 것을 감수하기로 한다.

캄보디아 씨엔림 공항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부딪치는 문제는,
되는 것도 없고, 안돼는 것도 없는 이상야릇한 논리가 성립된다는
점이다.

어찌되었던 정상적인 방법으로, 갖은 까탈을 부리는 세관원들을
뒤로하고 미지의 세계를 만나러 간다는 설레임이 더 크게 밀려오는
가슴을 심호흡하면서 가다듬어 보는 시간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7월부터 10월까지 우기라고는 하지만, 우리 나라의 장마비처럼
줄기차게 내리는 비가 아니라, 더위를 식혀 줄만큼의 시원한
소나기가 자주 내릴뿐,일 천년의 세월을 만나러가는데는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없을 정도였다.

도착하면서 만난 앙코르는 늪지대가 온 도시를 형성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평지에는 물이 흥건하다.






건기에는 서울의 5배정도의 물이 차있고, 우기에는 서울의 22배가 될
정도의 면적인 똔네삽 호수를 형성할 정도로 도시가 변한다.

앙코르와트는 크메르 제국의 古都인 앙코르 내에 있는 사원으로,
여러 개의 산재해있는 사원 중에서, 규모 면에서나, 미적 예술성의
값어치에서나, 아주 뛰어나다.

천체 우주의 원리를 물리학적으로 계산하여 축조한점등, 올려다 보는
고개를 숙일 수 없을 정도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코메르는 9세기에서 15세기 사이에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강성하고
용맹스런 제국이었다.

12∼13세기에 가장 황금시대를 누렸던 앙코르에는주민이 약 일백만에
이르렀다고 하니 이씨조선 세종대왕 시절 한양의 인구가 10만명
정도인 것과비교하면, 크메르 제국의 강대하고 성대함을
짐작할 수 있다.

크메르 제국의 조상은 티베트를 발원지로 한, 메콩강을 따라온
인도인으로서, 일세기부터 12세까지는 힌두교를 주로 믿었고,
12세기부터 15세기까지는 불교가 성했고, 15세기 이후에 다시
힌두교를, 18세기부터는 불교 국가로 되었다.

민족구성은 인도로부터 온 크메르족으로, 단일족이고, 언어는
크메르어, 산스크리스로어가 병행되어 쓰여지는데, 전부 77가지의
그림처럼 되어있어, 언뜻보면 라면 부스러기를 펼쳐논것같은
글자 같다

이 옛 도시에는 앙코르 와트 이외에 砂巖으로 지어진 석조사원이
1백여개산재해있어, 하루 이틀 일정으로는 앙코르에 가보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그 규모가 방대하다.

이렇듯 강대했던 크메르 제국이 15세기 어느때 프놈펜 인근으로
수도를옮긴후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깊은 잠에 빠져들어, 1861년
프랑스탐험가 앙리무오가, 밀림속에서 거대한 앙코르 와트를
발견할 때까지까지 서서히 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4세기동안 밀림 속에서 깊은 침묵에 빠져들어있을 때, 석조건물 안이나
외벽에 뿌리를 내린 거대한 열대 나무들만이, 그들의 비밀을 알 수 있는 걸까 ?

`왕인 나는 신과 동일`하다는 시대적 망상으로 과다한 사원 건축 역사를
벌인 결과가 멸망의 길로 간 것이 아니었을까?



힌두교에서는 삼현신의 신화를 자지고 있다.
창조의신인 브라만 사면상,파괴의신인 시바신(눈의 세개), 유지신인
비슈누신이다.
브라만신은 원래 5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오면상으로 조각되어
있었는데, 어느 날 딸을 사랑하는 브라마 신을 시바신이 보고는,
얼굴 하나를 잘라버려 그 후로는 4면상으로 표현된다.

1992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앙코르와트는
12세기초반(1113년∼1150년까지)태양의 신 수리야바르만
(바르만은 왕이라는뜻)
왕이, 37년에 걸쳐 자신의 권력을 상징하는 석조사원을 축조한 것으로,
50km나 떨어진 프놈꿀랜 (프놈산이라는 뜻)에서, 사암을 채취하여
돌을 만들고,20여만 마리의 코끼리를 동원하여 이 역사를
완성했다고한다.



물속에있던 모레에는 석회와,진흙성분으로 구성되어,이것이 공기와
만나는순간,단단한 돌이되어, 오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공으로
훼손하지안는한,모든사원이 그때의 모습을 간직하고있는점이,놀랍다.

이 사원은 우주를 관리하고, 인간을 구제하는 신인 비슈누신에게
바치기 위해 축조한 것으로, 힌두교의 우주관을 형상화한 그림으로
대부분 조각되어있다.

서쪽을 향해서 서있는 사원은 무지개 다리 양옆의 垓 자를 비롯하여
정방형의 사원 주위에 폭 190m 길이 1.5km의 연못을, 垓字로 파서
사원 주위를 감싸고 있다. 이 연못에 비치는 앙코르와트의 모습은
천년 저 속에 아스라이 신비를 감춘채 내게 다가올 듯 비춘다.



이 연못의 물은 대양을 상징하고, 동서길이가 1.5km, 남북 길이가
1.3km인 사방외벽은 산맥을 상징한다고 한다.

무지개 다리를 다 건너, 외벽의 정문을 들어가자 마자 만나는
우주의 유지신 비슈누신은 여덟 개의 팔을 가진 준수한 용모로
우리들을 영접한다.



비슈누신은 때에 따라 사람 물고기, 소 거북, 등 여러 형상으로
변화하면서 우주를 관리유지하고, 인간의 자, 잘못을 깨우치기
위해 존재하는 신이라서 그런지 설화로 형상화된 조각에서는, 종교적인
색채보다 인간이 왜 선하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일깨워주는
교과서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앙코르와트의 외벽은 거의대부분 인간세상의 삶의형태를 조각해
놓았는데,그 장대한 규모에,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놀람의
연속이다.



과연 이것이 인간이 만든 작품일까? 라는 의구심과 함께,
천년전의 시대로거슬러 올라가기 전에, 바로 내가 그 자리에
함께 녹아,살고 있는 착각이드는 것은 비단 나 뿐 이었을까?

미완성 사원을 구경하고 類推해 보건대, 일단사원을 다 지은 후,
하나하나 조각해 나갔음을 알 수 있다.



사원의회랑 벽면에 춤추는 압살라들은 (힌두교의 춤꾼선녀 즉 요즈음
북한의 기쁨조같은 여인들)약 1800여명이 새겨져 있는데, 어느것하나
표정이 같은 것이 없고, 잘록한 허리, 봉긋한 가슴등 탄력적인 몸매,
부드러운 곡선, 풍만한 춤사위, 하늘거리며 펄럭이는 옷깃이,
방금 내곁을 스쳐 지나가며,천상의 세계를 가자고 유혹하는 듯 하다.

입가에 아스라이 번지는 미소는 지금이라도 조각그림에서 방금
빠져 나와, 춤을 추면서 나의 손을 잡아당길듯하다.

비슈누가 인간의 형상으로 변한 설화에서,
동네를 유람하며 악귀들을 물리치는 모습,
라바나라는 스리랑카의 악마 왕과의 싸움으로, 부인 시타공주를
구하는 모습, 원숭이의 도움으로 세상의 악마들을 퇴치하는 모양,
앙코르와트를 축조한 수리야 바르만 2세의 일대기가 조작되어있는
회랑.
그때의 생활상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있는 화랑을 지나면,
드디어 37개의천국과 32개의 지옥으로 나누이는 지점에 다르게 된다.



중앙에있는 건물은, 사원의 중심이라고 믿는 메루산, 즉 수미산을 상징한
5개의 탑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중앙의 탑 다섯 개는 메루산의 다섯봉우리를형상화했다.

정 중앙의 가장 높은 탑의 높이는 67m으로, 이곳을 오르는 계단은
경사도가 70도로 매우 가파르고, 폭이 좁고 표면이 닳아서,
매끄러워 허리를 굽혀 조심스럽게 올라가지 않으면 안된다.

왜 이토록 가파르고 폭이 좁은 계단을 만들었을까?
힘들이지 않고 어떻게 천상세계에 오를 수 있겠느냐? 는 의문이 생긴다.

1층은 미물계,
2층은 인간계,
3층은천상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앙코르에 있는 여러 개의 사원을 탐방했을 때,
탑의 천장은 막혀있지 않고, 전부 하늘을 향해 열려있어, 직접 신과
통할 수 있도록 축조된 점이 특이했으나, 이곳 앙코르와트의
중앙 5개의 탑은 모두 지붕이 뾰족하게 덮여있는 것으로 보아,
그곳에 왕족의 무덤이 아니었을까?
로 추측할 뿐이라고 하다.



30여분 그 곳 천상계 마당에 앉아, 그 세월에 젖어 들어있는 나를
발견하곤,언젠가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은, 역사의 수레바퀴에
떠밀려, 한발 한발 속세로 복귀하여, 참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다짐하게 됨이 이번 유적 답사에서
얻은 교훈이 아니었을까?



지독한 내전으로 킬링 필드라는 언어를 만들어낸 크레르인들,
900만 인구 중에서 300만명의 유식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남은
캄보디아의 오늘은 저 찬란한 앙코르와트의 유적에서 그토록
얻을 교훈이 없었단 말인가?

이제 잠에서 깨어나 전 세계의 인류를 향해 팔을 벌린 소중한 문화유산,
앙크로와트는, 모든 사람을 가슴에 품어 안 듯, 전 세계인을 이 곳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이 곳 사원주변에 울렸던 총성이 외벽에, 총탄의 흔적으로 여기저기
남아있지만,처음 탄흔을 보았을 때 가슴 저몄던 마음은, 사원을
순례하고 되돌아나면서깡그리잊고, 속세로 되돌아 올 수 있도록,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켜주는묘약의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사원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돌틈 사이로 난잡초를 느린 속도로 뽑으면서, 비닐봉투에 담아온
안남미 쌀밥과 튀긴생선한 토막으로 요기를 하면서,
그들의조상이 누렸던 영화의 세월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무표정한 그네들 얼굴에서, 하루빨리 과거의 영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에서 몰려드는 순례객들은 맞이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다려본다.

라잔드라 브라만이 9세기에 축조한 프놈바겐 언덕 위의 호수 위에,
찬란한 붉을색을물들이며, 사라지는 장엄한 일몰의 모습이,
마치 어느 날, 깊은 밀림 속의 열대나무들사이로 사라져버린,
앙코르와트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오랫동안 제사장이 제사를 지냈다는 제단 뒤에서, 크메르의 옛 제국의
모습에 젖어있는 나는, 저 황홀기만한 일몰을, 정녕 붙 잡지 못하고,
마음속에 간직 해야만 하는 현실이,오직 나를 일깨울 뿐이다.





안녕 앙크로와트여.......

賢앎





  • 김윤종 1970.01.01 09:33
    항상 잘 읽고 있읍니다.
  • 무궁화 1970.01.01 09:33
    부럽습니다. 항상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선배님의 글과 사진입니다. 완벽한 대리만족에 항상 감사드린답니다. 언제나 웃으시는 선배님의 얼굴은 긍정적이고 활기찬 내면의 투영이네요.
  • 조지명 1970.01.01 09:33
    윤종, 무궁화 후배님!!새해에도 마음 쓸일 없이, 외면은 물처럼 고요하게,내면은이 세상 모든걸 품고있는 흙처럼 그리 지내시길 빕니다.
  • 향기 1970.01.01 09:33
    지난 여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앙코르와트"전에서 보았던 놀라운 그 사진들을 다시 보는 것 같습니다. 사진 좋고, 글 좋고, 사진 속 인물도 좋고... 암튼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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