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한가위 폭풍....
이제 팔월 한가위 큰 폭풍은 지나갔다.
서울에 사는 자손들은 하던 온갖 일 모두 제치고
밤새 길 돋우고 고향산천 시골 계신 부모님곁으로...
시골 사시는 부모님은 싸립문 앞에 몸 기대어
이마에 손바닥 올려 자식 기다리기에 지쳐서
이제는 아예 맨 처음 딴 햇 대추 햇 밤 햇고구마
고추 마늘 양념 깨소금 보따리들...
어쩌면 당신 몸 무게 보다 더 무거울 만물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지고
서울 상경 길에 나섰다.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그 아무도 말릴수 없는 노도와 같은 이 물결들....
흔들리는 차창에 몸 기대어서
차 멀미 노독도 불사하고
노구를 이끌고
자식들 손자 손녀들을 만날 기쁨에
어린 아해 같은 마음들은 ....
두둥실 떠 있는 저 둥그런 한가위 보름달 보다 더 환하다.
번거롭고 귀찮기도 하고 힘든 이런 일들이
얼마만한 큰 기쁨을 주는지를 일찍이 모르던 일.
이제 나이 들고 몸 고달퍼지니
서로 마주 보고 웃고 얘기하고
몸 비비고
옛일을 상기하며 얻는 이 기쁨...
이 위안들이란 그 무엇에 비할까 !!....
살아 있을 동안은
서로 영원히 헤어지거나
절대로 잊혀지면 안 된다는
절대 안 된다는
새로운 다짐들을 하고
마음 가득 가득 정들을 충전시키고
서로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다시 힘든 귀경 길
귀향 길들을 떠나 간다.
다시 만날 날을 굳게 굳게 기약을 하면서.....
04년 9월 29일 이용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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