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드 보이(old boy)`는 `동창생`이란 뜻인데,
이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내 이름이요,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산다해서 오.대.수라구요`

술 좋아하고 떠들기 좋아하는 오.대.수.
본인의 이름풀이를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라고
주인공 오대수(최민수)는 어린 딸과 아내가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어느 날, 술이 거나하게 취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존재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납치,
사설 감금방에 갇히게 되는데...
밀폐된 방에서 기약없는 세월을 보내는 신세가 된다.
갑작스런 사회적 박탈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포로수용소나 난파당해 무인도에 표류한 상황과 비슷해서 점차 자아는 황폐화되고,
충동조절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 때 그들이 십오년이라고 말해 줬다면
조금이라도 견디기 쉬었을까?`
언뜻 보면 싸구려 호텔방을 연상케 하는 감금방.
중국집 군만두만을 먹으며 8평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텔레비전 보는 게 전부.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무렵, 뉴스를 통해 나오는 아내의 살해소식.
게다가 아내의 살인범으로 자신이 지목되고 있음을 알게 된
오대수는 자살을 감행하지만 죽는 것조차 그에겐 용납 되지 않는다.

어떤 대응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대수는 자살을 시도하나 실패한다.
실존적 절망감을 체험한 그는 살아남아서 복수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돌아선다.
삶의 의미는 사람에 의해 의도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살아있을 이유가 생긴 대수는 체력을 단련하고 무술을 연마하고,
자신을 가둘만한 사람들, 사건들을 모조리 기억 속에서 꺼내
악행의 자서전을 기록한다.
한편, 탈출을 위해 감금방 한쪽 구석을 쇠젓가락으로 파기도 하는데..
감금 15년을 맞이하는 해, 마침내 사람 몸 하나 빠져나갈 만큼의
탈출구가 생겼을 때, 어이없게도 15년 전 납치됐던 바로
그 장소로 풀려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누군지, 왜 가뒀는지 밝혀내면…내가 죽어줄께요`

우연히 들른 일식집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어버린
오대수는 보조 요리사 미도 집으로 가게 되고,
미도는 오대수에게 연민에서 시작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가게 된다.
한편 감금방에서 먹던 군만두에서 나온 청룡이란 전표 하나로
찾아낸 7.5층 감금방의 정체를 찾아내고...

마침내, 첫 대면을 하는 날 복수심으로 들끓는 대수에게 우진은
너무나 냉정하게 게임을 제안한다.
자신이 가둔 이유를 5일 안에 밝혀내면 스스로 죽어주겠다는 것.
대수는 이 지독한 비밀을 풀기 위해, 사랑하는 연인,
미도를 잃지 않기 위해 5일간의 긴박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야 한다.
도대체 이우진은 누구이며?
이우진이 오대수를 15년 동안이나 감금한 이유는 뭘까?

그는 바로 대수의 고교 동창생인 이우진이라는 남자였다.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친구가 없고 외로웠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그의 누나였다. 남매는 서로 지극히 사랑했다.
남매의 금기된 정사 장면을 대수가 우연히 목격한 것이 화근이 됐다.
대수는 두려웠고, 그래서 친구에게 털어놨다. 소문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누나는 남동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다.
우진은 누나의 죽음을 대수의 입놀림 때문으로 단정한다.
우진은 편집성 성격장애 환자이다. 원한에 휩싸여 타협할 줄 모르고,
남의 동기를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불신한다.
받은 상처에 대해 용서하기를 거부하고 지속적인 앙심을 품는 성격이다.

대수의 딸 미도가 20대가 될 때까지 우진은 아버지와 딸의 근친상간의
덫을 계획하고 끈질기게 15년을 기다린다.
대수는 15년만의 격렬한 섹스의 상대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말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인다.
오이디푸스가 어머니와의 근친상간으로 자기의 눈을 찌르고 장님이 되었듯이,
딸과의 성관계로 대수는 자신의 혓바닥을 잘라버린다.
편집성 성격장애자의 시나리오로 복수극이 끝났지만,
우진은 공허감으로 자살하고 만다.
한 성격장애자의 터무니 없는 복수극은
한 인간의 인생을 철저히 파괴시키고 말았다.

결국 딸은 아버지의 희생으로 아무것도 모른채
목숨은 건졌고, 서로 부둥켜 안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아저씨! 난 아저씨가 좋아요`
아버지인 줄도 모르고...

당초 작품상을 기대했던 `올드보이`(제작 쇼이스트 에그필름)는
대상수상에 실패했지만 남우주연상(최민식)을 비롯해 감독상,
음악상(조영욱), 편집상(김상범), 조명상(박현원) 등
5개 부문을 석권하며 가장 많은 수상자를 냈다.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참 순수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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